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수당’을 둘러싼 타당성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국감에서는 박 시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이어 ‘청년수당’이 도마 위에 자주 올랐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남경필 경기지사(새누리당)가 추진하는 사업의 차이를 언급했다. 김 의원은 “남 지사의 청년수당은 바우처나 카드로 후(後)지급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서울시와 다르다”며 “(남 지사가) 박 시장에게 청년수당이 잘못 쓰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더라”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본질은 같지만 차이가 딱 하나 있다”며 “청년에 대한 신뢰를 갖느냐 안 갖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는 이러이러한 기관에서 훈련 또는 연수를 받으면 해당 금액을 주겠다지만 서울시는 일단 청년에게 뭘 하고 싶냐 묻고 ‘그럼 한번 해봐라’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불신에 기초한 비용이 훨씬 큰 만큼 대한민국 모든 정책이 앞으로 신뢰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 지사가 추진하는 청년수당은) 청년에게 먼저 빚 내서 쓰라는 것”이라며 “이 정책에 대해 물으면 청년들이 비웃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입장 차도 국감현장서 분명히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한 서울시 산하 5개 공사 노사는 성과연봉제 도입여부를 개별 노사합의로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유민봉 새누리당 의원이 “썩은 사과 하나가 전체 사과를 썩게 만든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장하자 박 시장은 “저성과자를 썩은 사과로 취급해 완전히 퇴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 시장은 또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변경을 하려면 노사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우선 근로조건을 변경해놓고 나중에 노사합의를 요구하는 등 절차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열린 서울시 국감은 다소 ‘싱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대권 출마 여부나 청년수당 등 날 선 공방이 이어질 걸로 예상했던 사안들이 앞서 지난달 말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미 박 시장이 입장을 밝힌 내용인데다 이렇다 할 날카로운 새 사안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또, 이번 국감에서는 질의 응답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면서 질문 도중 마이크가 꺼지는 등 원활히 진행되진 못했다.
시간이 부족해 의원들이 질의를 하다 박 시장이 다소 답변을 길게 하려고 하면 빨리 말하라며 독촉하거나, 답변을 채 듣지 않고 각자 준비해온 질의만 이어가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