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자자 울리는 늑장공시 시스템 개선 시급하다

한미약품의 지연공시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증시 공시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뤄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계약 해지 공시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기술 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은 자율공시 대상이어서 사유 발생 다음날 오후6시까지만 공시하면 되는 법 규정을 지켰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7시께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서 8,500억원대 계약 해지를 통보받고 다음날 오전9시29분 공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8시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바로 당일 장 마감 후인 오후4시33분에 이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렸다. 두 공시 모두 법정시한을 지킨 것이다.


문제는 좋은 내용은 당일 발 빠르게 공시한 반면 나쁜 소식은 다음날까지 14시간이나 넘게 질질 끌다 내보냈다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지연공시를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30일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 나온 호재 공시 덕분에 개장과 함께 5% 가까이 올랐지만 악재 공시가 나오자 급락, 결국 18.1% 떨어진 채 마감했다. 그 사이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개장 후 29분간 34만주(2,200억원)나 거래됐는데 이들 투자자 중 상당수는 뒤늦게 터진 악재 공시로 하루 사이 원금의 4분의1가량을 날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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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현행 공시제의 허점 탓이다. 공시 시스템이 기업 중심으로 돼 있어 정보 사각지대에 있는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특히 사유 발생 다음날까지 시간을 주는 자율공시는 한미약품 논란에서 보듯 악용될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미리 정보를 접한 불공정거래 세력까지 가세할 경우 투자자의 피해와 시장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율공시도 의무공시처럼 당일로 시한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공시 내용을 바꾸는 정정 공시라도 당일 공시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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