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4분기 10조원 푼다] 개소세 인하→추경→재정보강...정부 '구조적 경기부진'에 진통제만

김영란법·파업·구조조정 등

4분기 경제 4대변수 휩싸여

"해볼건 다 해보자" 위기감 커져

소비 인구구조 변화·수출 악화 등

근본 문제 개선 않고 단기책 반복

성장잠재력 키우는 대책 시급



6일 발표된 ‘경제 대응방향’은 우리 경제상황에 대해 정부가 얼마만큼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나온 10조원의 재정보강책이다. 이 같은 보강책은 연초에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연말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나왔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4·4분기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자동차 및 물류 파업, 구조조정, 갤럭시노트7이 경기의 4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가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우리 국민의 스마트폰 대규모 교체 시기인데다 갤노트7과 아이폰7이 경쟁하며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갤노트7은 신제품 출시 효과가 이미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계속되는 수출 부진, 미 금리 인상,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의 부실 등 대외여건도 만만찮다. 이 관계자는 “4·4분기 경제성장률이 0.5~0.7%(전 분기 대비)를 기록하면 올해 정부 목표인 2.8%를 달성할 수 있다”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생각에 정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락하는 경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대다수다. 정부는 중앙·지방·지방교육재정의 집행률 목표를 올려 3조2,000억원을 추가로 풀기로 했고 지방자치단체의 추경을 독려해 2조6,000억원을 추가로 집행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투자계획도 5,000억원 올려 잡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지방교육청이 응하지 않는다면 효과는 반감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4·4분기에 새삼 재정보강책을 발표한 게 경제가 위중하다는 신호 효과가 될 수 있어 효과는 미지수”라며 “올해 정부 성장률 목표치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추락하는 경기를 팔짱을 낀 채 지켜보기만 하기보다는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계속해서 모르핀(진통제)에 치중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재정 조기 집행 등으로 21조원이 넘는 돈을 풀고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재인하했다. 조기 집행으로 하반기 ‘재정절벽’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11조원의 추경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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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경제의 근본 체질을 개선하기보다는 단기 처방전에 가까웠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세계 경제환경도 악화하는데 정부정책은 단기 경기보강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우리 경제는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 소비를 보면 인구구조의 변화가 소비역량을 짓누르는 실정이다. 내년부터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또 소비시장의 ‘큰손’인 30~40대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씀씀이가 적은 60대 이상의 인구는 늘고 있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내년 30대, 40대 인구는 올해보다 각각 1.5%, 0.9% 줄어든다. 반면 60대는 5.8%나 늘어난다. 일본도 1995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주택 및 자동차, 외식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가계소비가 줄어들었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일본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약 8,70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했고 월평균 가계소비액도 1997년부터 36만엔(약 360만원)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와 저성장, 수출과 연관성이 높은 각국의 투자 저하에다 미국 재무부의 견제에 의한 추세적 원화 강세로 구조적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수출 및 업황 부진, 구조조정, 기업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근태 위원은 “오는 2020년에는 우리 잠재성장률이 2%로 둔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전에 연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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