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애플 '시리' 대항마 '비브' 인수…AI 영토확장 가속

비행기표·숙소예약부터 청소까지

사람 말 인식해 알아서 작동명령

내년 하반기 차기작에 반영할 듯

'폰 플러스' 전략 시너지효과 기대





#사용자가 외출을 준비하는 중 “오늘 제주도로 가는 교통편과 호텔을 예약해주고 내가 외출하자마자 세탁기와 로봇청소기를 돌려줘”라고 말한다. 이를 인식한 비브(VIV) 플랫폼은 알아서 비행기표와 호텔을 예약해주고 세탁기, 로봇청소기에도 작동명령을 내린다.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 랩스(VIV Labs)’를 인수하면서 곧 현실화될 미래의 모습이다. 어떤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이라도 비브 플랫폼에 연결돼 있으면 사람의 말을 인식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6일 애플의 음성 비서서비스 시리(Siri)를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애플을 떠나 설립한 비브랩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S보이스 등 기존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인텔리전스 서비스 구축을 위한 핵심 역량을 갖추게 됐다.

관련기사



비브의 AI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각자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AI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시리와 달리 비브는 개방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AI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서비스 제공자들도 자신의 서비스를 비브의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고, 비브에 연결된 서비스들은 사용자 의도를 분석해 유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브는 이렇게 연결된 서비스를 사용자의 음성 명령에 따라 유기적으로 조합해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명령을 한번에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다그 키틀로스 비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뉴욕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행사에서 시연한 내용을 보면 “모레 오후 5시 이후에 금문교 근처는 21도 보다 더 덥냐”고 질문을 던지자 비브는 일기 예보를 표시해주면서 수요일 5시 이후에는 21도를 넘지 않는다고 대답을 해준다. 아울러 비브는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쓸수록 플랫폼이 진화해 더욱 개인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첨단 기기의 플랫폼에 AI를 활용하고 확장한다는 ‘폰 플러스’(Phone +) 전략상 비브 인수가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비브의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7 차기작에 이 플랫폼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서비스 적용 시 비브라는 이름을 유지할지, 비브를 S보이스 등으로 통합할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중장기적으로는 비브의 기술을 스마트폰뿐 아니라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다양한 가전제품과도 접목할 수 있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비브는 한층 진화한 개방형 서비스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자연어 인식과 머신 러닝 기능, 전략적 파트너십을 보유했다”며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를 통합하는 생태계 조성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 부사장은 “비브의 개발진들은 AI분야에서 명망이 높아 삼성 개발자들과 협업하면 삼성이 제공하려는 AI 플랫폼 자체가 심화되는 시너지가 있다”며 “다른 개발자를 영입할 수 있는 매개체도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IT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회사를 인수·투자하고 있다. 비브는 삼성전자가 최근 2년간 4번째로 인수한 미국 IT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회사 스마트싱스, 간편결제 서비스 회사 루프페이,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조이언트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비브 인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시로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