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출한 자료를 인용, 장세척제로 사용금지된 인산나트륨제제가 2009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52개 병·의원에서 총 19만7,466건 처방됐다고 6일 밝혔다. 5,627건이나 처방한 병원도 있었다.
‘부적절한’ 처방건수는 심평원이 인산나트륨제제를 장세척제로 처방한 경우 의료기관에 약값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액을 환수·조정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이다. 심평원이 의료기관에서 지급청구한 건보 급여비를 2013년 3월 전산심사로 전환한 이후 부적절한 처방은 크게 줄었지만 2014년 1,264건(116곳), 지난해 445건(55곳), 올해 8월말 현재 125건(22곳)으로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부적절한 처방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은 인산나트륨제제가 변비 환자용 하제(下劑·설사가 나게 하는 약)로 계속 생산·유통·처방된데다 의사·의료기관에 대한 보건당국의 사전·사후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사용금지된 장세척제를 계속 처방한 의사에 문제가 있지만 사용금지→생산·유통중단으로 이어지는 일반 사례와 달라 경각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 11월 사용금지 장세척제를 처방하지 말도록 주의를 촉구하는 서한을 의료기관에 보내면서 행정처분을 경고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제재하지 않았다. “신고가 없었다”는 변명만 할 뿐이다.
식약처가 2009년말 인산나트륨제제를 장세척제로 쓰지 못하게 한 것은 나중에 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신장(콩팥) 기능을 떨어뜨리거나 급성 인산신장병증을 일으켰다는 해외 사례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의사가 처방한 인산나트륨제제를 마셨다가 만성신부전(3개월 이상 신장이 손상돼 있거나 신장 기능 감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남)에 걸린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2014년 승소한 사례가 있다.
인 의원은 “7년 전 사용금지된 의약품이 지금까지도 처방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며 “정부는 사용금지된 의약품이 처방되지 않도록 의료기관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인산나트륨제제는 태준제약(콜크린앤), 한국파마(솔린액오랄·솔린액오랄S), 경남제약(세크린오랄액), 동성제약(올인액), 동인당제약(포스파놀액·포스파놀액오랄S), 유니메드제약(프리트포스포소다액), 조아제약(쿨린액), 청계제약(포스크린액), 초당약품(비비올오랄액) 등 9개사의 11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