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반세기 내전 종식 노력 공로…노벨평화상에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

노벨위위원회 “평화협정은 부결됐지만 가장 평화에 가까운 해결책 제공”

노벨 평화상이 콜롬비아 평화협정의 불씨를 다시 살려냈다. 후안 마누리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직후 정부와 반군이 휴전을 유지하면서 국민투표에서 결렬된 평화협정을 수정하기로 합의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7일(현지시간) 노르웨이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안 마누리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는 “평화협정은 부결됐지만 가장 평화에 가까운 해결책을 제공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카시 쿨만 피베 노르웨이노벨위 위원장은 “콜롬비아 국민들이 평화협정의 과실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평화상에 부결된 평화협정의 불씨를 되살리라는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노벨위원회의 바램은 불과 몇시간만에 현실이 됐다. 이날 산토스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에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세력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가 평화협정의 수정과 휴전 지속을 합의하기로 한것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재단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된 오디오 인터뷰에서 “대단한 영광이다. 국민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전으로 고통을 겪은 우리 국민과 내전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상을 수상하겠다”고도 했다. 산토스 대통령과 공동 수상이 점쳐졌던 FARC 지도자인 로드리고 론도뇨는 트위터를 통해 “평화를 상으로 받고 싶을 뿐”이라고 담담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우리가 원한 유일한 상은 극우파 민병대, 보복, 거짓 없는 콜롬비아를 위한 사회적 정의가 있는 평화의 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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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4년 농민반란으로 시작해 반세기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콜롬비아에서는 22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80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콜롬비아의 역대 대통령들은 1982년부터 반군과 지루한 평화협상을 이어나갔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2010년 산토스 대통령의 취임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켰다. ‘민주주의적 안보’라는 강경 노선을 내걸고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그는 취임 후 평화협정 가능성을 열며 반군과의 협상을 시도했다. 전임인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시기에 국방장관으로 발탁돼 반군 토벌을 위한 군사작전을 지휘했던 경력과 정반대의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BBC는 산토스 대통령의 극적인 변신을 “매(hawk)에서 비둘기(dove)로”라는 한마디로 요약하기도 했다.

6년에 걸친 그의 노력은 콜롬비아 정부와 FARC 간 역사적인 평화협정으로 결실을 보는 듯했다. 양측의 평화협정에는 FARC가 180일 안에 유엔에 무기를 넘겨 무장해제를 완료하고 정당 등 정치적 결사체로 모습을 바꾸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평화협정 이행을 위한 3억9,000만달러를 내기로 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도 받았다.

하지만 2일 평화협정안 국민투표가 예상을 깨고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면서 콜롬비아의 평화는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내전에 지친 국민들의 반군과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평화협정을 거부하는 우리베 전 대통령 등 정적들의 공세 탓이었다. 산토스 대통령도 국민투표 이후 평화협정에 비판적인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전 대통령, 우리베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나며 평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대국민 연설에서 “과반이 평화협정에 반대했지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남은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유진·이수민기자 economicus@sedaily.com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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