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천문학적 부실로 존립 위기에 처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한 금융기관 수장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정부의 과감한 개입을 통해 유럽 은행권의 부실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총회를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도이체방크에 대한 벌금 규모를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예상 규모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도이체방크의 부실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유럽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 법무부는 도이체방크에 14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으며 양측은 현재 최종 벌금액수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장기간의 초저금리로 위기에 처한 은행들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저금리 환경을 고려해 도이체방크뿐 아니라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사업 모델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은행권 부실 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로다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겸 IMF 연차총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90년대 일본 은행들의 위기 당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늦어져 위기가 장기화됐다”며 “유럽 국가들은 위기대응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각국에 은행의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한 재정투입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앞서 IMF는 7일 열리는 연차총회를 하루 앞두고 유럽 은행들의 경영건전성을 포함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발간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 3곳 중 1곳은 경기회복으로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부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금리 정상화로 이익률이 개선되더라도 유럽 은행 자산 28조3,000억달러 가운데 30%인 8조5,000억달러는 부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IMF의 분석이다. 다만 IMF는 구제금융보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적시해 구로다 총재의 입장과 차이를 보였다. IMF는 구조조정 방안으로 무수익여신 감축, 오프라인 지점 폐쇄, 은행 통폐합 등을 거론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