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혈세먹는 '쌀 직불제' 연내 수술대...재배면적→농가별 차등지급 유력

<농식품부 쌀 직불제 개편 추진>

쌀값 하락분 정부가 보전해줘

물량 안줄고 과잉공급 악순환

콩 등 다른작물 재배 농가에도

쌀 생산하는 소득만큼 보상 검토



정부가 혈세 먹는 하마로 꼽히는 ‘쌀 소득보전직불제’를 손질하기로 하면서 개편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불제의 개편 시나리오로 현행 재배면적에 따라 지원하는 직불금을 농가별로 차등 지급하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쌀 생산소득만큼 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수확기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르면 연내 직불제도를 개편,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농업직불금 사업의 예산투입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며 올 4월부터 직불금제도를 심층 평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기재부안과 절충점을 찾아 개편안을 내놓는다는 복안이다.


쌀 직불제는 2005년 도입됐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라 2004년 정부의 쌀 수매제가 폐지된 후 쌀값 하락을 정부 재정으로 보상한다는 게 도입취지였다. 하지만 애초 목적과는 달리 쌀 직불제는 농가와 정부 양측에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가 목표가격보다 낮은 쌀값을 보전해주는 탓에 ‘과잉생산→산지 쌀값 하락→정부 하락분 보전→재배면적 감소 지연→과잉생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420만톤으로 초과 물량만 30만여톤에 달한다.

예산 부담도 크다. 정부가 토지면적에 따라 지급하는 고정직불금의 경우 2005년 6,038억원이 지급된 후 올해 8,240억원으로 무려 36.4% 상승했다.


변동직불금은 목표가격(80㎏당 18만8,000원)에서 평균 산지 가격을 뺀 금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1㏊당 100만원)을 제외한 금액으로 올해 지급분(9,777억원)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9월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13만5,544원으로 2005년(13만5,544원)보다 3.3% 싸다. 수확기 쌀값이 1,000원 떨어질 때마다 변동직불금 지급액은 391억원씩 늘어나는 구조다. 쌀 수요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목표가격을 올려잡는 탓에 정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목표가격은 벼 재배농가의 생산확대를 유도하고 결국 쌀 소비 감소 추세와 맞물려 과잉공급이라는 결과를 낳아 쌀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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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제는 농가소득 확대에도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 통계청의 ‘논벼 생산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쌀 농가의 소득안정 수준을 나타내는 소득률은 직불금제가 도입된 2005년 62.1%에서 2013년 59.9%까지 2.2%포인트 추락했다. 비료와 농약·영농비 등 생산과 경영에 필요한 자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직불제 개편 방안으로 현행 재배면적에 따라 지급되는 쌀 고정직불금을 농가 단위로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직불제의 경우 전략품목을 선정해 콩·밀 등 다른 품목을 재배할 경우에도 직불금을 지급해 농가소득 향상을 꾀하는 한편 쌀 재배면적 감소를 꾀하는 ‘윈윈전략’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조윤희 국회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지금과 같은 쌀 소득보전 단가와 목표가격 상향 등으로는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현재 재배면적 단위로 지급하게 돼 있는 직불제 대신 농가 단위의 직불제를 도입하게 되면 대규모 농가에 집중된 지원을 완화해 농가 간 소득 양극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쌀 등 품종과 면적에 묶여 있는 직불제를 농가·농지 단위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교수는 “변동직불금제도를 ‘생산 비연계’ 방식으로 개선해 논에서 쌀 대신 다른 품목으로 전환할 때 쌀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며 “대신 평균 쌀 소득 수준과 전환품목의 소득차액만큼 보조해야 쌀 이외 다른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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