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 달을 남겨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부녀에게 노골적으로 불륜을 시도하고 자신의 딸을 대상으로 음담패설을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낙마 위기를 맞았다. 공화당 상하원 의원 30여명은 트럼프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며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자는 요구까지 나오면서 미 대선 판이 요동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존 튠 상원 상무위원장을 비롯해 마크 커크, 제프 플레이크 상원 의원 등과 마이크 코프먼, 조 헥 하원 의원 등 20여명이 트럼프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을 필두로 9명의 상하원 의원이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는 한편 이들 대부분이 펜스를 트럼프의 대안으로 지지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 트럼프가 현재 부인 멜라니아와 결혼한 지 몇 달 후인 2005년 10월 유부녀인 한 여성 방송진행자에게 성적 관계를 시도하다 실패했다는 외설적 발언들이 담긴 음란 파일을 공개했다. 그는 WP 보도 직후 “사과한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그런 발언에 불쾌감을 느낀 사람이 있었다면”이라고 토를 달며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9일 새벽에는 CNN방송이 트럼프가 자신의 큰딸인 이방카까지 외설적 발언의 대상으로 삼은 녹취 파일 등을 추가 폭로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 DJ가 이방카에 대해 “‘피스 오브 애스(a piece of ass·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매력적 여성을 낮춰 부르는 말)’라고 불러도 되겠느냐”고 묻자 동조하며 “그렇다”고 답했다. 대형 호재를 만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성폭력적 음담패설이 미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되면서 9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열릴 2차 TV토론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가 이미 드러난 선정적인 여성 비하 발언들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면 사실상 미 대선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