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北, 핵능력 최대한 높인 뒤 美 차기정부와 '마지막 도박' 펼칠것"

[서경이만난사람]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北 ICBM 개발 성공 땐 북핵문제 '게임 체인저'로 부상

美가 샌프란시스코 포기하며 서울 구할지 의구심 많아

나토식 미 핵우산 신뢰성 확보방안 검토해야.

미, 북핵 인정하는 순간 한국 일본 대만 핵무장 용인 불가피...절대 수용못할 것.

한국, 방어적 억제력·정밀타격 통해 대북억제력 갖춰야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권욱기자윤덕민 국립외교원장. /권욱기자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10일) 때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6차 핵실험 등을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모든 핵능력을 기정사실화해놓고 차기 정부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려고 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무장은 거의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한다면 향후 3~5년 사이에 샌프란시스코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ICBM이 북핵 문제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꿀 중요한 사건)’가 될 것입니다. 이때 과연 미국이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희생할 수 있을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동의 국립외교원 원장실에서 만난 윤덕민(사진) 원장은 북한이 모든 핵능력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현 상황을 우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1991년 국립외교원의 전신인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로 시작한 이래 25년째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인 그는 2013년 5월 국립외교원장으로 취임했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국립외교원은 외교관 양성과 중장기 외교정책을 연구·개발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다.

윤 원장은 북한이 미국의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지금 가진 모든 핵능력을 기정사실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면서 향후 1년가량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며 그때까지 한국이 주도적으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틀을 만들어 미 차기 정부와 협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입장이 배제된 채 미중 간 합의에 따라 북한 체제의 안정이 유지될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을 위한 환경과는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윤 원장은 지적했다.

윤 원장은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위해서는 대북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할 수 있는 A부터 Z까지를 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북한은 자신들이 핵동결의 대가로 요구하던 북미 평화협정이나 각종 경제적 지원 등은 어차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파이를 키워온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망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해머(망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머’로 우리의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강조했다. 윤 원장은 구체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미 신뢰성 확보 방안 마련 △방어적 억제력 △정밀타격능력 등 3박자를 통해 억제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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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윤 원장은 밝혔다. 그는 “미국의 핵우산은 사실 냉전 이후 형해화됐다”면서 “미국의 핵자산은 전부 본토에 가 있으며 이는 본토방어용 전략자산”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미국이 절체절명의 위기 때 샌프란시스코를 포기하면서 서울을 구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한국과 미국 간에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며 “유럽 역시 소련(러시아)이 미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미국이 유럽을 핵우산으로 지켜주겠느냐는 의문점이 제기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신뢰성 확보 방안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1970년대 소련이 유럽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 SS-20을 개발하자 나토는 유럽에 미국의 중거리 핵미사일 퍼싱Ⅱ를 배치했다. 윤 원장은 또 “미국과 나토는 ‘듀얼 키 시스템(dual key system)’을 도입해 동시에 핵을 관리하는 등의 장치를 많이 만들었다”면서 “우리도 유럽의 사례를 가지고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을 만들어낼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원장은 방어적 억제력의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우리는 이상하게 방어적 억제력을 싫어한다”며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하면 미국의 세계전략 편입으로 해석돼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그래서 동북아 군비경쟁을 일으킨다고 해서 김대중 정부 이래 우리는 MD를 안 한다는 국방시책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PAC3가 아닌 제한적 능력을 지닌 PAC2 미사일을 들여왔고 한국이 보유한 3척의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 요격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윤 원장은 “그러나 우리보다 국방예산이 훨씬 적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지난 5년간 4,000발 이상의 미사일을 쐈는데 네 발만 요격에 실패하고 다 떨어뜨렸다”며 “아이언돔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윤 원장은 “일본은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했지만 우리는 북한 미사일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지금 당장 다층 방어망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주한미군이 배치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급의 방어 미사일을 우리도 들여와 수도권을 미사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드급 방어 미사일 도입 비용이 1조5,000억원인데 누리예산보다도 적다”고 말했다. 또 “지금 지닌 이지스함을 개량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이 새로운 이지스함을 도입해 요격미사일을 탑재하겠다고 하지만 오는 2020년대 중후반이 돼서야 배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밀타격능력의 경우 우리 군이 킬체인이라는 공격능력을 통해 제대로 확보한 것으로 윤 원장을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도발징후가 있을 때 선제공격을 해야 하는데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과 민주주의 국가가 먼저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밀타격능력은 공격을 먼저 당한 다음에 북한의 핵기지를 정밀타격해 능력을 약화시켜 우리 측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미국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 원장은 “전술핵은 폭격기에서 자유낙하하는 핵폭탄을 의미하는데 이걸 들여온다면 우리나라 어디에 둘 수 있겠느냐”면서 “방어적 억제력인 사드 하나 배치하는 데도 국론이 이렇게 분열되고 중국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데 공격용 핵무기를 들여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도 “우리가 핵을 가져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물론 최종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이 없어지거나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될 경우에는 우리도 핵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담=안의식 정치부장 miracle@sedaily.com

정리=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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