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숫자를 부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관광업계 이야기다. 국경절 연휴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游客·유커)이 얼마나 될지는 늘 관심사다. 국경절은 중국(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일인 10월1일로 1~7일 일주일 연휴다. 유커들은 이 기간에 중국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닌다. 일주일 동안 휴가니 그럴 만도 하다.
기자는 앞서 업계 취재를 통해 이 기간 21만명에서 22만명 정도의 유커가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기사화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3,000명이 방한했으니 22만명으로 잡아도 올해 증가율 예상은 8.4%였다. 지난 2012년 이후 한국을 찾은 유커가 매년 20~30%씩 늘어난 것에 비하면 올해 증가율은 다소 부족했다. 어쩌겠나. 중국의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부패척결 운동으로 소비증가율이 둔화되는 상황이다. 유커의 해외 여행 성장세도 낮아지고 있다. ★본지 9월30일자 8면 참조
하지만 10%도 안되는 증가율이 내심 불만이었나 보다. 과거의 추세를 감안해 누군가 예상치를 25만명으로 올려 잡았고 이어 다른 곳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명확한 근거가 없는데도 대부분의 언론에서 ‘유커 방한 25만명 예상’이 확정적으로 돼버렸다. 관광 분야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종 제2차관마저 “중국인 관광객 25만명이 국경절 연휴 기간에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달 7일 저녁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열린 ‘남산 한국의 맛 축제’라는 행사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다.
공식적으로 이번 국경절 연휴에 유커의 방한 전망을 밝힌 기관은 없다. 문체부를 비롯해 관광공사·협회 등도 그렇다. 관광공사 측의 설명은 이렇다. ‘우선 전망이 어렵다. 개별 여행객도 많아졌다. 또 국경절이라고 해서 더 붐비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어떤 특정 기간에 쏠렸지만 지금은 연중 고르게 분포된다.’ 즉 국경절이 특별한 날이 아니니 특별하게 수치를 발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업계에서 매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전망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공식 발표가 없다 보니 여러 가지 ‘설’이 나돌게 된 것이다. 혹자는 25만명과 22만명이 무슨 차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렇게 치부할 일이 아니다. 25만명일 때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은 23.2%다. 22만명일 때 증가율 8.4%와 큰 차이가 있다. 계획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차이다. 관광업계도 대충대충 ‘아니면 말고’ 식 전망을 벗어나야 한다. 보다 확실한 전망과 통계, 그리고 엄밀한 계획만이 관광을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10일 문체부는 지난 중국 국경절 연휴 동안 방한한 유커가 19만5,000명 내외라고 잠정 집계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었다. 이달 4~5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할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크루즈와 항공편이 대거 취소되면서 2만여명의 유커가 한국 방문을 포기 또는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