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사업자 갈등 ·수주절벽에...'글로벌 펀드' 존폐 위기

[글로벌 해양펀드]

수은 주도하에 KIC가 자금 모집

경기침체로 프로젝트 개점 휴업

[해외 SOC 펀드]

무보-시중銀 21억弗 규모 추진

작년 MOU 체결 이후 답보 상태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정점에 치닫던 지난 6월,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원양 해운사의 중장기 발전 방안도 내놓았다. 당시 정부가 제시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 것이 ‘글로벌 해양펀드’다.

수출입은행이 주도하는 글로벌 해양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요 거점의 화물 터미널 등을 확보하고 해운사들의 해외 영업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해운업 육성 대책 중 하나였다. 하지만 불과 4개월 전 정부 부처 합동 대책에까지 포함됐던 글로벌 해양펀드는 현재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정부가 시중은행들을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겠다며 내놓은 ‘해외 SOC 펀드’ 역시 1년이 넘도록 가시적인 성과가 안 보인다.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서고 시중은행들이 해외 수주 프로젝트에 돈을 대는 이 사업은 무보와 시중은행 간의 갈등, 해외 수주 절벽 속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 및 민간 은행을 끌어들여 정부가 야심 차게 설계한 글로벌 펀드들이 줄줄이 개점휴업 상태를 맞고 있다. 수주할 만한 해외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는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기는 하지만 이름만 거창한 펀드를 만들어놓고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글로벌 해양펀드는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거래주선에 나서고 한국투자공사(KIC)가 글로벌공공투자협의체(CROSAPF)를 활용,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에 나선다는 취지로 지난해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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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분야는 해양자원 개발, 항만 개발, 항만 운영, 선박 관련 물류 산업 등 해운업과 연계된 해외 프로젝트들이다. 2020년까지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내부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글로벌 해양펀드는 지금까지 단 1건의 실적도 내지 못했다. 수은 관계자는 “유가가 빠지고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초기에 시도했던 프로젝트들이 지연되고 있다”며 “초기에는 업계의 관심이 높았으나 현재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금융회사 해외사업 활성화 지원방안’을 통해 내놓은 핵심 정책인 21억달러 규모의 해외 SOC 펀드 조성 역시 관련 기관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 된 지가 1년이 지났지만 이후 사업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해외 SOC 펀드는 총 21억달러 규모로 조성되며 해외 SOC 프로젝트에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대출하고 무보가 보험상품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으로 국내 건설사 등의 아시아 SOC 프로젝트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들이 공동 대출을 통해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는 한편 은행 자체적으로도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 사업에는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KEB하나 등 6개 시중은행이 참여했다.

하지만 해외 SOC 펀드는 최근까지 2~3개 프로젝트에서 7,000만~8,000만달러 수준의 참여가 저울질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무보와 은행 간 갈등 속에 구체적인 실무 협약을 만들어내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이후에도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무보 보증 해외 프로젝트 참여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보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조달 금리가 높아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국내 은행도 새로운 먹을거리 차원에서 해외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조만간 성과를 내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 글로벌 펀드들의 실적이 이처럼 부진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해법을 찾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펀드를 활용하기 위한 금융 외교 역시 실종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한번씩 이름을 올리고 나서 사장되는 펀드가 수두룩 하다”며 “정부 주도 해외 수주 펀드들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풍토 속에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김보리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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