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종합감사가 실시된 13일 여야는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를 둘러싼 자료 제출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 오전 한때 환경노동위원회가 파행됐다.
발단은 야당 소속 의원들이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고용노동부를 문제 삼으며 시작됐다. 야당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 공정과 백혈병 발병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안전보건진단보고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기업의 영업 비밀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상당 부분을 삭제한 채로 자료를 넘겼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삼성의 안전보건진단보고서를 여러차례 고용노동부에 요구하는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산재보상국장이 찾아와 이걸 공개하면 제가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될 거라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법에 의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을 부정한 수단을 동원한 것처럼 의원을 협박하는 건 심각한 모욕이다. 자료를 당장 제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명백하게 법적 근거를 갖고 요구하는 자료임에도 고용부가 재벌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고용부는 기업을 끝없이 비호하는 대변인이냐. 정부가 자료 제출 요구를 원천 거부하는 건 명백한 국감 방해 행위”라고 거들었다.
이에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삼성을 비호하고 대변한 적 없다”면서도 “진단 보고서를 전문가와 협의해서 순수 영업비밀 부분만 제외하고 훨씬 더 많은 부분을 보완해서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정부와 여야 간에 자료 제출을 놓고 합의점을 찾아가던 분위기는 의원들 간에 감정 섞인 설전이 오가면서 다시 무너졌다.
이기권 장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강병원 의원은 다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뒤 “우리가 원하는 자료는 안전보건 진단보고서다. 여기에 반도체 공정 설계도가 나오지 않는데 무슨 영업비밀이 있느냐”고 재차 쏘아 붙이자 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아무리 초선이지만 이번엔 과도하다”고 맞받았다. 이에 강병원 의원이 “초선과 재선이 무슨 차이가 있나. 사과하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오전 한때 회의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