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에 한글날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고 한글날이 언제인지도 헷갈리는 이들도 많은 가운데 뉴욕에서 한글 바람이 불고있다. 사실 미국이라 더욱 그냥 지나갈 법한 날인데 뉴욕에 공립학교나 최근 생겨나고 있는 한식 레스토랑들을 통해 한글이 더욱 널리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글은 반포한 사람과 시기, 창제 원리를 아는 유일한 문자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언어이다. 매년 한글날이면 뉴욕이나 뉴저지에서 다양한 행사가 있곤 하는데 올해는 필자는 할렘에서 특별한 경험을 해보았다.
최근 오픈한 한국 레스토랑의 이름들을 보면 먹바, 놀이터, 한잔, 반잔, 곳간, 오이지 등으로 순 한글이다. 특히 이 식당들은 현지 한국인들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있으며 한글과 더불어 한국 음식에 대해서도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일석이조인 셈이다.
보통 뉴욕에서 한글날 기념으로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는 편인데 작년에는 한국의 전통한지 홍보, 2013년에는 가수 김장훈이 뉴욕 대학교 근처에서 한글로 된 두가지 디자인의 티셔츠 600장을 배포하기도 했다. 그외 동부 뉴욕 뉴저지 한국학교에서는 글짓기 대회, 운동회, 한국어 수업 등이 진행되는 편이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뉴욕 빈민가 이스트 할렘에 위치한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의 평소에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이다. 할렘에 왠 한글일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곳에는 한국어가 필수 과목이다. 2005년 이 학교를 세운 세스 앤드류(Seth Andrew) 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토대로 학교 디자인과 철학을 정한 덕분이다.
할렘은 솔직히 평소에 잘 가지 않는 동네이지만 한국어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고 마침 잠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방문해 보았다. 평범한 공립학교 건물에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다니는 학생들을 보니 마치 사립학교에 방문한 기분이 들었다. 놀라운건 흑인이 대부분인 교실에서 선생님을 따라 한국어를 또박또박 말하는게 신기해서 잠시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짝꿍과 서로 말하기 연습시간 중이였는데 한 학생이 필자에게 질문하고 싶다고 손을 들었다. 덕분에 학생들과 직접 마주하며 짧게 질의응답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순간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벅차올랐다.
이곳에서 4년째 한국어 교사로 활동중인 줄리아 강 한국어 학과장은 다문화가정 출신으로 한국에서 뉴욕으로 건너왔다. 한글 뿐 아니라 학교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며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데 노력하는 부분은 대화를 통해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생활 한복을 입고 수업을 가르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였는데 “열심히 노력하고 잘 따라주는 학생들 덕분에 더 힘이 난다”고 했다.
한국어의 표현력은 참 다양하고 감정을 세밀하게 전달할 수 있다. 영어로 표현할 때 가끔 한국어처럼 다양함이 없어서 말문이 막히거나 아쉬움이 많은데 이럴 땐 한글을 알고 있다는게 매우 뿌듯하다. 한류의 중요 컨텐츠가 케이팝이나 뷰티에서 멈추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한글도 포함되면 좋지 않을까. 한글날이 좀 더 진정한 의미를 갖고 널리 알릴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
줄리김 뉴욕 맨해튼 컨설팅사 Do Dream Inc. 매니저(교육파트 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