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첫 상장 후 연평균 30% 성장. 이처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개척해온 국내 자산 운용사들이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단계이지만 국내시장에서 아시아 최다 종목을 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ETF 해외상장은 2007년 삼성자산운용이 첫발을 내딛은 후 9년 만에 130개로 늘어나 양적으로는 급팽창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 일본 토픽스(TOPIX)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4개를 동시에 상장했다. 이를 통해 막 형성되기 시작한 홍콩 레버리지·인버스 ETF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홍콩증권거래소가 2월 레버리지·인버스 ETF 상장을 허용한 후 발 빠른 대처다.
미래에셋운용은 이번 신규 상장을 통해 해외 상장된 ETF 수를 120개로 늘리게 됐다. 국내에서도 가장 많은 ETF(80종)를 상장한 미래에셋은 2011년 캐나다 1위 ETF 운용사 ‘호라이즌 ETFs’를 인수한 후 북미와 홍콩, 호주, 콜롬비아 ETF 시장에 진출해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해외시장에서 기반을 닦고 있다. 국내 ETF 시장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2007년 11월 국내 운용사로서는 처음으로 도쿄에 ‘KODEX200’ ETF를 교차 상장하며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튼 바 있다. 현재 일일 평균 거래량이 100주 미만으로 미미하지만 이후 해외 ETF 시장 진출의 초석이 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홍콩 증시 최초의 레버리지·인버스 ETF와 역시 홍콩 최초의 지수선물 파생형 ETF, 원유 ETF 등 시장의 숨은 수요를 노린 ‘틈새 상품’을 출시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 중 원유 ETF는 최근 일일 평균 거래량이 16만주를 넘길 정도로 현지 투자자들의 호응도 상당하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없던 시장을 만들어가는 셈”이라며 “홍콩·중국 등지에서 꾸준히 신상품을 선보여 ‘아시아 넘버 원’ ETF 운용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거래소에 ‘어드바이저 쉐어즈(AdvisorShares) 한국투자 주식 액티브 ETF’를 상장하며 해외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현재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ETF 중 유일하게 한국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 ETF 운용 규모는 스테이트스트리트(ETF 브랜드 ‘SPDR’), 블랙록(‘아이셰어즈’), 뱅가드(‘뱅가드’) 등 글로벌 ETF 운용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총 3조달러(3,372조원) 크기의 글로벌 ETF 시장에서 한국 내 운용 규모까지 합쳐도 아직 30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반 펀드에서 ETF로 투자 트렌드가 옮겨가는 상황에서 해외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신천지다. 미국·유럽 등의 연기금은 국내 연기금과 달리 ETF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운용본부장은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소위 ‘플레인 바닐라’ 상품보다 배당·커버드콜·통화·액티브 ETF 등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운용사의 해외 ETF 사업 강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6 글로벌 ETF 컨퍼런스’에서 “연기금 등 기관이 ETF에 적극 투자하도록 지원하고 퇴직연금 투자폭 확대와 개인투자자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