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기업 DNA로 벤처 성공신화 쓴다

대기업 출신 대표들 벤처 활성화 앞장

한화케미칼 바이오 총괄했던 이상훈

ABL바이오 이끌며 기술력 키워 주목

LG생명과학·CJ 출신 CEO들도 두각

대기업들은 핵심 인력 이탈에 속앓이



삼성·LG·SK·CJ 등의 바이오사업 진출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출신 벤처 대표들이 두각을 나타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소속 연구원 시절 쌓았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이오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13일 바이오·벤처업계에 따르면 주요 벤처캐피털사의 주목을 받는 신약개발업체 중 하나로 ABL바이오가 꼽힌다. 지난 2월 설립된 ABL바이오는 한화케미칼에서 바이오 부문을 총괄했던 이상훈 박사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화케미칼 출신인 유원규 연구소장, 이재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파트너스와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90억원을 투자받는 등 업계에서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투자가들의 까다로운 눈을 사로잡은 원동력은 기술력이다. ABL바이오의 표적 항암제인 ‘ABL001’은 내년 2·4분기에 임상1상이 진행될 예정이며 항체약물접합 기술과 이중항체 기술 등을 활용한 신약 파이프라인만 10여개에 달한다. 현재 박사급 인력 10명을 포함한 20명이 근무 중이며 대전 외에도 오송에 사무소를 추가로 개설해 신약개발에 보다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재천 CFO는 “오는 2018년께 상장을 목표로 신약개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한 공동연구를 통해 성과를 도출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벤처 사관학교로 불리는 LG생명과학(옛 LG화학) 출신들도 눈에 띈다. 바이오베터 및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인 알테오젠의 박순재 대표를 비롯해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 등이 LG생명과학 출신이다. 1984년 제약사업부를 출범시키며 일찍부터 신약개발에 힘을 기울였던 CJ 출신들도 눈에 띈다. 유원일 아이진 대표와 김수옥 진매트릭스 대표, 최영호 엑세스바이오 대표 등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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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은 이들 바이오벤처 대표의 활약에 대해 겉으로는 격려하고 있지만 내심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그룹의 경우 2002년 LG화학에서 생명과학 분야를 따로 분리해 LG생명과학을 만든 후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줄면서 연구인력의 이탈이 잇따랐다. LG화학은 지난달 LG생명과학의 합병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사실상 이전의 경영적 판단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꼴이라 얼마나 추동력을 받을지 의문이다.

한화케미칼 또한 2014년 폴 콜먼 바이오사업부문 대표 등 담당 임원 4명을 해임한 후 올해부터는 아예 바이오 부문에서 철수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다빅트렐’의 실패가 결정적 이유지만 삼성·LG 등 다른 대기업들이 바이오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J의 경우 30여년 동안 신약·개량신약·백신 개발 등에 꾸준히 투자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2003년 내놓은 국내 7호 신약 ‘슈도박신주사’의 실패 이후 복제약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역량이 많이 약해졌다. 2014년 신약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CJ헬스케어를 출범시키며 다시금 바이오 부문에 힘을 싣고 있지만 올해 예정된 상장 작업이 한미약품 사태의 여파 등으로 어려워지면서 이전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모습이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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