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살아 있는 생물과 같은 유가와 환율을 예측하는 게 가능할까요?” (SK그룹 A 계열사 사장)
“그렇다고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가·환율 전망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SK그룹 B 계열사 사장)
최태원(사진) SK 회장과 40여명의 SK 관계사 임원들이 13일 머리를 맞대고 ‘끝장 토론’을 벌였다. SK는 지난 12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세미나에서 도출된 혁신 방안을 14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첫째날인 12일 SK 17개 계열사 CEO들이 모두 나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혁신방안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은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각 분과별 위원회 위원장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위원장들이 15분가량 주제 내용을 발표한 뒤 질의응답(Q&A) 세션을 진행하는 식이다.
이날 세미나 역시 전날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당초 계획은 오전 중에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경영경제연구소까지 발표를 마치는 일정이었지만 질문과 답변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정오로 예정된 점심식사 일정이 30분 미뤄졌다. 점심식사 시간까지 쪼개가며 혁신 방안에 대해 토의를 거듭한 것이다.
토론 주제 역시 애초 계획한 조직 혁신, 일하는 문화 개선 방안은 물론 인재육성, 경영계획 수립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건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고 한다.
한 계열사 CEO가 “유가와 환율 같은 지표는 사람이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워 장기 경영 계획에 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자 다른 계열사 CEO가 손을 들고 “그렇다고 해서 예측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묻는 식으로 SK의 과거와 현재·미래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오고 갔다. 한 CEO는 인재 육성 실패담을 공유하며 SK가 원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원하는 ‘딥 체인지’를 주제로 CEO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개선 방안을 찾는 자리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번 CEO 세미나 이후 연말 인사에서 SK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세미나 자체가 최 회장이 CEO들의 기강을 잡는 자리라고 볼 수 있고 전반적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교체 요인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