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에서 두 시간여를 달려 충남 예산예덕농공단지에 있는 오텍(067170) 공장에 도착하자 출하를 앞둔 음압구급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음압구급차는 구급차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조정해 밖으로 공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하는 구급차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발하면서 음압구급차 필요성이 커지자 특장차 업체인 오텍이 본격 개발에 나섰고 올 초 국립중앙의료원과 30대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계약 금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오텍은 이달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 납품을 완료할 계획이다.
예산 공장에서 만난 이규방 오텍 전무는 “감염성 세균의 전파를 막는 음압구급차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며 “급제동과 급출발, 급선회 등의 악조건을 감안해 선진국 제품보다 엄격한 음압 수준을 적용했으며 앞으로 지방 소방서나 군부대에서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오텍은 구급차와 이동검진차, 물류차, 장애인 이동차 등을 전문 생산하는 특장차 1위 중견기업이다. 생산 중인 특장차 종류만 54종에 달한다. 보통 기아차나 현대차 등 자동차 메이커로부터 일반차를 사온 뒤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특정 장치를 탑재해 특장차를 만든다. 지난해에만 오텍에서 총 1만여대의 특장차를 생산했다. 구급차와 장애인 이동차 국내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르며 국내 주요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물류차 공급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팡의 물류차나 KT&G의 담배 수송차, 우정사업본부의 우편물류차가 오텍이 생산하는 차다.
오텍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양평동에 연구소를 두고 계열사들과 협업하면서 지속적으로 기능을 향상시킨 특장차를 만든다. 이번에 생산한 음압구급차도 계열사인 캐리어에어컨의 공조기술을 활용해 만든 것이다.
이 전무는 “오텍은 특장차 연구·설계부터 사후관리 시스템까지 완벽히 갖춘 국토부에서 인정한 국내 유일의 ‘대규모 자기인증 능력업체’”라며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해 재빨리 차를 만들어 인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오텍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특장차는 수출하기도 한다. 베트남 등 동남아와 이라크, 알제리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특수차를 공급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수출에서 올린다. 올해 안에 아프리카 한 국가와 추가로 이동검진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오텍이 생산 가능한 이동검진차는 총 23종에 달하며 이들 차를 다 모으면 종합병원과 맞먹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오텍은 해외 시장 확대와 음압구급차 등 신규 차량 공급에 힘입어 올해 특장차 부문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1,40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텍 관계자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 등 신규 특장차 개발과 거래처 확대로 2018년에는 매출 2,1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장차 부문의 성장과 에어컨 등 다른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오텍 그룹은 내년 전체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은 “오텍은 물론 주력 계열사인 캐리어에어컨과 캐리어냉장의 성장에 힘입어 내년 그룹 매출액은 올해보다 24% 가량 늘어난 1조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