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3일 알리안츠 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04년 2월19일 알리안츠파워종신보험계약에 든 후 2007년 9월 자살했다. 이 보험의 특약에는 가입 후 2년이 지난 후 자살할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알리안츠는 그러나 A씨의 자살 이후 일반사망보험금 5,1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유족은 7년이 지난 후에야 재해사망보험금 9,0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이를 청구했으나 알리안츠 생명이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전으로 번졌다.
2심 재판부는 “A씨 사망은 특약이 규정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계약 당사자들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문제의 특약 조항은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다”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특정 약관 조항이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할 때도 그 조항 적용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조항임이 명백해야 하는데, 이 사건 특약 약관 조항을 그와 같이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원이 지난 5월 내놓은 ‘자살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다만 이 같은 판결에도 A씨 유족이 파기 환송심 등을 거쳐 실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달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가 쟁점인 또 다른 사건에서 “소멸시효가 경과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즉 보험 약관 상 보험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은 맞지만 상법에서 정하는 보험금 청구권 기간이 지났다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대법원의 기존 판례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유족들의 보험금 청구권 소멸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환송 후 하급심에서 소멸시효 항변이 유지된다면 이 사건에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청구는 기각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