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소송 건을 노조에 양보하는 대신 성과급 인상을 막아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3조원의 파업손실을 발생시킨 임금협상 과정에서 소송 취하까지 거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또 하나의 악습을 만들어내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협상을 파행으로 몰고 간 현 집행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2차 잠정합의안을 통해 노조 측과 소송을 벌여온 손해배상·가압류 13건(가압류 4건, 손해배상 9건)을 풀어주기로 했다.
사측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노조원 17명, 총 51억4,500만원 상당의 소송이 해결됐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또한 사측은 노조에 남아 있는 손배·가압류 10여건에 대해 올해 말까지 처리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3년 임금협상 당시에도 노조 측은 사측에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소송 철회를 요구했다. 당시 울산1공장 노조 대표는 사측에 반발하기 위해 공장 생산라인을 임의적으로 멈추고 울산공장 본관으로 몰려와 달걀을 투척하는 등 시위를 벌였다. 현대차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390대(54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며 해당자들을 고소·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를 비롯해 사측이 노조 측에 소송을 제기한 건은 수십 건에 달한다.
현대차 사측이 ‘소송 취하’라는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장시간 이어져온 임금협상을 어떻게든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노조 입장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78%의 반대표가 나오며 노조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소 취하를 얻어내면서 명분을 쌓았다.
실제 노조 측은 2012년 이후 해소되지 않았던 소송 문제를 이번 2차 잠정합의를 통해 해소했다며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면서 노노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실상 조합원 ‘그들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실리’는 제대로 얻지도 못한 채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했느냐는 것이다.
직원들 입장에서 앞선 합의안과 비교해 2차 합의안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은 기본급 4,000원 인상과 재래상품권 30만원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 노조원 사이에서는 “3조원의 파업손실을 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고작 이것을 얻어낸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역대 최다 파업에 돌아온 것은 역대 최대 임금손실뿐” “싸움에는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하는데 막무가내식 투쟁만 일삼았다” “이것 따내려고 파업했나”라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노조원을 장악했던 현대차 노조가 점차 대표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명분 없는 파업에 지친 젊은 노조원들 사이에서 최근 들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소송을 거래로 임금협상을 이끌어낸 것은 또 하나의 악습을 만든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12일 열린 교섭에서 기본급 7만2,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주식 10주, 재래상품권 50만원에 잠정 합의했다. 현대차 노조는 14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