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야후의 '초라한 뒷모습'과 53번의 M&A

쇼핑하듯 사들인 벤처기업만 53개

텀블러·폴리보어 외엔 대부분 '실패'

인수 후 '진열대 위 장식품'처럼 방치

버라이존은 지난 7월 48억3,000만달러에 야후의 인터넷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회원 5억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해킹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인수대금을 싸고 팽팽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야후의 초라한 뒷모습은 CEO 마리사 메이어의 패착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버라이존은 지난 7월 48억3,000만달러에 야후의 인터넷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회원 5억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해킹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인수대금을 싸고 팽팽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야후의 초라한 뒷모습은 CEO 마리사 메이어의 패착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야후가 초라한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은 야후의 핵심자산인 인터넷사업부를 48억3,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 초반 당시 야후의 기업가치가 1,200억달러를 웃돌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헐값에 매각된 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9월 말 인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야후 회원 5억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스캔들로 이름·이메일 주소·전화번호·생년월일·패스워드 등이 전부 노출됐다. 버라이존은 해킹스캔들을 문제 삼아 ‘인수대금을 38억 달러로 낮추자’고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후 대변인은 “우리는 야후의 가치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버라이존과 통합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야후의 몰락은 CEO 마리사 메이어의 책임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2012년 중반 취임할 때만 해도 전 직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메이어가 결과적으로 패착에 빠진 건 M&A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년 동안 무려 53개의 기업을 23억달러에 사들인 그의 행보가 다시 도마에 오른 것.

메이어는 2012년 10월부터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을 사들이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진열대 위 장식품’처럼 방치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 이후 사업을 완전히 접은 기업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출처=이미지투데이메이어는 2012년 10월부터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을 사들이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진열대 위 장식품’처럼 방치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 이후 사업을 완전히 접은 기업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출처=이미지투데이



‘MaVeNS(모바일·비디오·네이티브 광고·소셜)’가 야후의 신성장동력이 될 거라고 확신한 그는 2012년 10월부터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을 사 들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정보를 공유하는 앱 ‘스탬프드(Stamped)’를 시작으로 동영상 대화 앱 ‘온더에어(OnTheAir)’·콘텐츠 큐레이션 사이트 ‘스닙잇(Snip.it)’·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정보를 추천해주는 앱 ‘어라이크(Alike)’ 등을 인수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야후에 인수된 후 서비스가 중단됐다. ‘쇼핑하듯’ 사들인 벤처기업들은 성장할 기회마저 잃은 채 진열대 위의 먼지 쌓인 장식품처럼 방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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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메이어의 모든 M&A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2013년 5월 인수한 사진 기반 소셜 미디어 서비스 ‘텀블러(Thumbler)’는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여성패션 관련 소셜커머스 회사 ‘폴리보어(Polyvore)’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실패냐 성공이냐’를 가늠하기 힘든 피인수 기업도 있다. 모바일 광고를 개발하는 회사 ‘애드모베이트(AdMovate)’는 인수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광고를 내놓지 못했다. 2013년 5월 사들인 게임 플랫폼 인프라업체 ‘플레이어스케일(PlayerScale)’도 마찬가지다. 2009년 설립된 플레이어스케일은 인수 전까지 4천여 종의 게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용자도 1억5천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야후는 올 5월 별안간 ‘플레이어스케일의 게임 부문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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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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