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여 만에 국제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서며 한동안 잊혀 졌던 원유 기반 금융투자 상품을 찾는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유가 상승은 여러 호재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여서 상승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가는 예상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진행된 석유수출개발기구(OPEC)의 산유량 감축 합의 외에도 국제 유가 상승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러시아가 OPEC의 감축 합의 결정 후 곧바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WBC) 연설에서 “러시아는 생산량을 제한하자는 OPEC의 제안을 지지한다”며 “오는 11월 OPEC 회의에서 이번 제안이 구체적으로 합의로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OPEC의 감산 합의가 있더라도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영향은 제한적일 이란 우려가 다소 진정된 셈이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100만 배럴을 넘어서 구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원유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미국의 원유 비축량이 예상과 달리 감소한 것도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국제유가가 2014년 상반기 기록했던 100달러까지 급등하진 않겠지만 올 연말까지 60달러 선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OPEC 감산합의 이후 4·4분기 국제유가 전망치를 45달러에서 52달러로 높였고, NH투자증권도 47달러에서 50달러로 소폭 높였다. 한국투자증권도 올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박스권 상단(50달러)을 뚫고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앙듀랑캐피탈매지니먼트의 창립자인 피에르 앙듀랑은 올해 말과 내년 국제 유가 전망치로 각각 60달러, 70달러를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OPEC의 실천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유가 상승이 제한적이란 반론도 나오지만 연초 20~30달러 수준에 머물던 초저유가 국면은 벗어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 유가가 50달러 시대를 열고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뉴욕 미국 증시에 원유 생산업체 ‘익스트렉션’ 이 상장에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것도 국제 유가를 둘러싼 변화한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건설주 직접 투자
美 상장 원유·시추기업 주목
‘신한 브렌트유선물ETN’
‘KODEX미국에너지’ 등 관심
해외 주식형 펀드도 살펴야
개인투자자들이 유가 상승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크게 세 가지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상장 종목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S-OIL, GS 등 정유주, OCI·SK케미칼·롯데케미칼 등 화학주, 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 등 건설주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주식 투자가 어렵지 않은 만큼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원유 탐사·시추기업이나 에너지 기업을 골라 직접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원유를 기초로 한 다양한 간접상품들을 출시해 놓고 있어 이를 활용한 투자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유가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직접 원유(WTI, 브렌트)를 기초자산으로 하거나 원유 생산기업 또는 에너지섹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채권(ETN) 등을 매수해볼 만하다.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에는 ‘TIGER 원유선물(H)’과 ‘신한WTI ETN(H)’ 등이 있으며 브렌트유를 기반으로 한 ‘신한브렌트유선물ETN(H)’도 있다.
해외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는 ‘KB STAR 미국원유생산기업(합성 H)’과 ‘KODEX 미국에너지(합성)’ 등이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다. ‘블랙록월드에너지자(주식-재간접)(H)(A)’·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자 1[주식-재간접](A)’·‘프랭클린템플턴내츄럴리소스자[주식-재간접]Class A’ 처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에너지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기 보다 다시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는 만기시점의 원유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20~30% 하락하지 않으면 10% 안팎의 수익을 주는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OPEC의 생산량 감축 합의와 러시아의 지지로 유가 부양 의지가 확인됐다”며 “에 합의와 해 OPEC의 유가 부양 의지가 확인됐다“”향후 국제 유가는 상승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저유가에서 살아남은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