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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누드로 나오지만 ‘선정성’ 제일 낮은 등급 받아”

[인터뷰] 청불영화 ‘폭력의 법칙’, 강효진 감독, 김영무· 한여울 배우

학교폭력, 왕따 등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사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폭력의 법칙: 나쁜 피 두 번째 이야기’가 20일, 관객을 만날 채비를 갖췄다.


‘폭력의 법칙’은 그 어떤 스릴러보다 긴장감 넘치고, 그 어떤 호러 영화보다 지독하게 무섭다. 청소년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전혀 선정적이지 않다.

오래 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강효진 감독은 “폭력의 강도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며 “유일하게 선정성 부문에서 ‘보통’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강효진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영무, 한여울이 영화 ‘폭력의 법칙’ 언론시사회후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오훈기자강효진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영무, 한여울이 영화 ‘폭력의 법칙’ 언론시사회후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오훈기자


◆ ‘학교폭력’의 실체는 청소년 관람불가를 뛰어넘는다!

‘폭력의 법칙: 나쁜 피 두 번째 이야기’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남고생 ‘성진’과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가해자 ‘한여울’(한여울 분)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복수의 길에 나선 성진의 형 ‘성현’(김영무 분)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린 영화.

배우 한여울이 영화 ‘폭력의 법칙’ 언론시사회후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오훈기자배우 한여울이 영화 ‘폭력의 법칙’ 언론시사회후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오훈기자


이어 학교폭력의 주동자이자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인 ‘한여울’ 역할에 캐스팅된 배우 한여울은 70프로 이상을 올 누드로 등장한다. 신인 여배우가 언론과 대중의 이슈를 몰고 오기 위해 감행한 장면이 아니다. 절대 악인이 어떻게 ‘폭력’을 완전하게 되돌려 받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강 감독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이 조금도 선정적이지 않아요. 영화를 본 누구도 노출에 대해 말하지 않더라. 선정적인 장면으로 보는 순간 영화가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그런 평가와 반응을 듣고 ‘우리가 원하는 걸 얻었다’는 안도감이 생기더라. 후반으로 갈수록 여울이란 아이는 약간 예수님 같은 느낌도 준다. 성적으로 어필하는 인물이 아니다.”고 했다 .

◆ 순진미와 사악미가 공존하는 여배우의 탄생

강효진 감독은 촬영이 끝날 쯤엔 쉽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 자신의 실명을 캐릭터 이름으로 사용하는 의지까지 보이며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한 한여울에 신뢰감을 내 보였다.

5년차 배우 한여울은 아직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배우는 아니다. ‘태양의 후예’에서 우르크에 파견 간 간호사 역에 이어, 현재 ‘월계수 양복점’에서 이세영과 한 팀에 있는 회사 직원으로 출연 중이다. 최근에는 현우에게 햄버거 반쪽을 넘겨준 친절한 여직원으로 등장했다.

한여울은 “이렇게 악역인 캐릭터는 처음 맡아본다” 며 “운이 좋아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며 웃었다.

“책(시나리오) 보는 걸 좋아해요. 읽다보면, 중간에 덮는 시나리오 있는데, 이번 작품은 되게 잘 읽히더라구요. 게다가 지금까지 제가 본 캐릭터들 중에 이런 여자는 처음이었어요. 너무 못됐잖아요. 사실 그렇게 못된 역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배우 한여울의 매력은 평범한 듯 보이는 얼굴에 다채로운 매력을 숨기고 있다는 점. 영화를 본 뒤, 파격적인 신인 여배우 기용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게 납득할 만한 연기를 선보이는 점도 대단하다.

강효진 감독은 “순진미와 사악미가 공존하는 여배우이다”고 평했다.

“여울이는 언뜻보면 순진한 토끼 같은 인상을 줘요. 그런데 크게 웃을 땐 약간 사악한 느낌을 줘요. 그 점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

한여울 배우의 사악함이 극에 달하는 장면은 후반 피칠갑이 되어 복수를 감행하는 장면이다. 웃음까지 실실 흘리는 그녀를 보며, 스태프와 감독들 모두 “딴 사람 아니냐?”며 무서워했고, 감독은 ‘기적적으로 그 장면을 잡아냈다’고 쾌재를 불렀다는 후문.

정작 한여울 배우는 그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영화 속에 완전히 몰입 해 있었던 것.

강 감독은 “왕이 결국 힘 없는 양으로 추락하는 순간 갖게 되는 살의를 잘 표현해주는 장면이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왕으로 군림했던 여울이지만 사회 속으로 떨어지는 순간, 거대 동물들에게 뜯어 먹기는 양의 위치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친구 마음 속에는 거대 악이 도사리고 있다. 고교시절 가진 악마성과 살의가 다시 한번 표출하는 장면이라 영화 속 명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진=안다미로/사진=안다미로


배우 김영무와 한여울이 영화 ‘폭력의 법칙’ 언론시사회후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오훈기자배우 김영무와 한여울이 영화 ‘폭력의 법칙’ 언론시사회후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오훈기자



◆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보내는 영화 ‘폭력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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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감독이 ‘학교폭력’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 한 건, 몇 년 전 끔찍했던 몇몇 학교폭력 사건을 통해 많이 분노도 하고 울기도 했던 경험 때문. 그는 언젠가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선 기상천외한 고문과 폭력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폭력의 세기 때문에 잘라 낸 장면들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 속 사실적인 학교폭력 장면에 대해 강효진 감독은 “상상만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사건들 참고를 많이 했다”며 “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기반으로 두고 작업을 하게 됐으며, 그렇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보다 더 사실적으로 느끼시는 것 같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 감독은 많은 조사를 통해 알아보니, “학교폭력이 예상외로 성기 쪽에 집중된 것을 알게 됐다. 영화 속에 담아낸 게 순화된 장면인데, 실제로는 강도가 더 세다.“고 전했다.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저 멀리서 학교폭력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속 마음을 마법처럼 순환하며 카메라를 비추고 있다는 점.

이와 관련 감독은 오디션 때 벌어진 일화에 대해서 언급했다. 마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해, 피해자의 포복이 두려웠다는 실제 배우가 등장한 것.

“시나리오를 보고선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구요. 고교시절 일진으로 친구를 모질게 괴롭혔던 기억이 떠오른거죠. 내가 괴롭혔던 이들이 설마 복수하러 오진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며, 정말 무서웠대요. 그걸 보면서 정말, 이 영화를 만들면 뜨끔한 분들이 많이 계시겠구나. 그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과거 그리고 현재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갖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김영무가 영화 ‘폭력의 법칙’ 언론시사회후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오훈기자배우 김영무가 영화 ‘폭력의 법칙’ 언론시사회후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오훈기자


◆ 매일 조금씩 피가 빠져나가는 김영무, “정말 목숨 걸었어요”

‘폭력의 법칙’에서 눈에 띄는 배우는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온 김영무이다.

강 감독은 “곡기를 끊으면서 연기에 몰입한 김영무 배우는 정말 대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단식을 하며 촬영을 이어나간 김 배우는 당시 7킬로그램 이상 몸무게가 빠졌다고 한다.

이에 김영무 배우는 “동생이 자살이 아닌, 학교 폭력으로 죽은 걸 알게 된 형이, 과연 뭘 먹을 수 있었을까요?”반문하기도 했다.

그렇게 김영무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영화 현장을 오고 갔다. “전 정말 목숨 걸었어요”라고 말한 김영무는 “배우가 스태프나 다른 배우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정말 시체처럼 돌아다닌다는 게 민폐이고, 결례일 수 있는데, 감독님 및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셔서 잘 찍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김영무 배우의 특별한 캐스팅 비하인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물건을 찾으려고 오디션 당일 2시간 먼저 영화사 근처로 가 주위를 배회했다. 평범하고 소시민인 성현이라면 주변에 있을만한 물건을 선택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선택한 물건이 돌멩이였다. 이 역할을 꼭 따내고 싶은 마음에 준비한 소품이었다.”라고 전했다.

김영무, 한여울 두 배우는 실제로 고립된 상태로 1개월 이상을 보내게 된다.강효진 감독은 장면이나 연기 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말고는 배우들과 전혀 접촉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강 감독에 따르면, “충격적인 진실 앞에서, 성현이란 인물은 매일 조금씩 피가 빠져나가는 인물이다. 여울이란 아이는 철저하게 감금 되어 있는 인물이다. ” 그렇기에 대본만 보고 지냈다. 여울 배우가 먹을 음식은 스태프가 방으로 갔다주면 혼자 걸로 정했다.

“감금 돼 있는 친구가 카메라가 안 돌아가면 웃으면서 지내다가, 슛 신호가 오면, 갑자기 극한의 고통 속으로 들어갈 순 없는 거잖아요. 거의 한달 가량을 갇혀있었는데, 여울 배우가 20일 동안 굉장히 더러운 삶(?)을 너무 잘 지켜줘 깊이 있는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무 배우는 ‘아저씨’의 원빈 이상으로 멋있지 않나요? 그 어떤 배우가 저렇게 오그라들지 않게 대사를 칠 수 있을까요? 이 정도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흔치 않아요, 둘 다 몸을 던져서 만들었다는 점에 만족합니다. ”

‘재능 있는 신인들을 발굴해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전한 강효진 감독은 “다른 누구보다, 두 배우가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가장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면하기 쉬웠던 사회적 문제를 날카롭게 다룬 웰메이드 영화 ‘폭력의 법칙’은 10월 20일 개봉한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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