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는 17일 장기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하고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의 증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증세 주장과 맞물려 세수 증대를 위해 서민 증세도 불가피하다는 논의에 불을 댕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6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박용주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대해 “최근의 세수실적 호조는 일시적인 것”이라면서 “앞으로 복지 등 사회 분야 재정지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안정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실장은 먼저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기한을 3년 연장한 것과 관련해 “민간소비 위축과 조세저항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제도 축소·폐지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카드 사용 확대를 통한) 자영업자 세원 확보라는 당초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지난 1999년 도입된 후 2014년 기준 민간소비지출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은 79%에 달한다. 박 실장은 “공제한도뿐 아니라 공제기준선·공제율도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라는 목적이 달성된 만큼 신용카드 소득공제 자체를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폐지 시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박 실장은 이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2013년 32.4%에서 2014년 48.1%로 급증했지만 정부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면세자 비율 축소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은 데 대해 비판했다. 면세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세금을 내야 하는 대상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금을 내야 할 대상이 줄다 보니 그만큼 유리지갑인 직장인 등이 부담해야 할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다. 박 실장은 “세원 확보와 조세형평성 등을 위해서도 면세자 축소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유보자금을 직원 임금이나 투자에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2015년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1년 한시적으로 적용할 경우 임금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지속적인 존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제도로는 “기업이 배당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용증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며 “배당소득증대세제 조기 폐지 등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홍길·박효정 기자 wha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