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내년에도 글로벌 조선 보릿고개 이어질것"...국내 조선사 '시장개선 전제 자구계획' 차질

英 클락슨 '수요전망'서

발주량 1,140 → 790척으로

예측대로 발주 줄어들땐

구조조정 강도 세질수도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수주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주가 급감하는 조선업계 보릿고개가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이 뚝뚝 떨어져 도크(선박 건조대)가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 적어도 1년 이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진짜 겨울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한숨이 나온다.

당초 올해보다는 내년 발주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자구계획을 이행 중인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영국 조선·해운 전문 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신조선 시장 장기 수요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신조선 발주 규모를 790척으로 예상했다.

클락슨은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조선업 장기 전망 보고서를 내는데 지난 3월에는 내년 신조선 발주 척수를 1,140척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시황이 당초 예측만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불과 6개월 만에 예상 발주 선박 척수를 350척이나 내려 잡은 것이다.


클락슨이 내년에 신규로 발주될 것으로 예상한 선박 척수 규모인 790척은 최근 20년간 선박 발주 척수인 2,220척의 3분의1에 그치는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조선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희망 섞인 얘기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클락슨 보고서를 보면 아직 한겨울은 오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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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슨은 다만 내년 조선업황이 저점을 찍고 반등해 오는 2020년까지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업황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1,322척이 신규 발주돼 조선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본 전망치로 만약 ‘최상(high)’의 조건으로 치면 2018년에 최대 2,397척까지 신규 발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클락슨의 긍정적인 장기 전망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년 발주 시장 전망이 클락슨 예측대로 현실화한다면 당장 내년 수주 목표를 전제로 자구계획을 이행 중인 국내 조선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국내 조선사들은 내년 목표를 올해보다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제로 자구계획을 세워 이행 중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부 조선사들이 자구계획의 전제로 삼은 업황 전망이 클락슨의 예측보다는 낙관적”이라면서 “만약 클락슨의 예측이 현실화한다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의 강도가 더 높아지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은 여전히 당초 수주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한 수주 실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 연달아 대규모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8월 말까지 수주가 전무하다 최근 들어야 조(兆) 단위의 해양플랜트 등 수주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조선·해양 부문 수주 목표액을 186억달러로 잡았지만 목표액의 15% 안팎에 불과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장 올해 수주 목표도 못 채우는 상황에서 내년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구계획을 통해 회사가 정상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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