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무와 연공서열제로 유명한 일본 기업이 변하고 있다. 몇몇 기업들이 도입한 잔업 퇴출과 주4일 근무,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은 여전히 ‘파격’으로 분류되지만 직원들의 호응이 높아 경직된 근무관행을 깨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17일 일 경제매체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일본 대기업들이 잔업시간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직원 1만1,000여명을 거느린 스미토모상사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자회사 SCSK는 ‘짧고 굵은 근무시간’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사례다. 잔업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가 실현되면 해당 부서에 상여금을 지급해 “잔업수당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는 직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전사 차원의 ‘시스템 개발표준’을 만들어 잔업을 유도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했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전사 평균 월 26시간10분이던 잔업근무가 지난해에는 18시간으로 줄었다.
‘주3일 휴무’를 내세운 곳도 있다. 야후재팬의 미야사카 마나부 대표는 지난달 말 “단순한 작업 등은 인공지능이나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주4일 근무제를 수년 내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야후 측은 주중에 하루 더 쉬면서 발생하는 단점은 임직원의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전문성이 뛰어난 인력을 단기간 집중적으로 활용하기를 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인력파견 회사 비스타일은 최근 광고와 인사·통계분석 분야 전문가 채용공고를 내면서 “올해 단기파견 가능한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지난해보다 2배 늘었다”고 전했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차이를 없앤 회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케아재팬은 2014년 9월부터 전사 임금체계를 주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크게 세 단계(12~24시간, 25~38시간, 39시간)로 나눴다. 2015년 1월에는 전사원의 정규직화도 마무리됐다. 이직률을 낮추고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측은 “회사와 함께 일하는 이들의 성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라고 그간의 시도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