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 찬성

천현숙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매출 증가액 1,000억 재투자…大作 쑥쑥 나올 것

KBS, S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가 매출감소, 초고화질(UHD)방송 투자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중간광고 허용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이를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가능하면 임기 내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문제의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혀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양상이다. 찬성 측은 다른 유료방송이 하는 중간광고를 지상파만 규제하는 역차별을 고쳐야 하고 중간광고로 늘어난 재원으로 콘텐츠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중간광고로 시청 편의성과 방송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는 만큼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 수입 늘리기에 열중하기보다 조직규모를 줄이는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상파 방송사의 수입 감소세가 뚜렷한 만큼 현 방송광고의 제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 방법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현재 유료방송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의 허용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상파 방송이 시장 지배적 위치를 상실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더 이상 명분이 부족하고 형평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논의됐다고 본다. 더구나 다채널 시대 소비자들은 지상파니 케이블이니 하는 식으로 플랫폼을 구별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소비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만 비대칭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다분히 역차별적 요소가 있다.

한은경 성균관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유료방송 수준으로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를 실시할 경우 약 1,000억원 이상의 매출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지상파 방송 매출의 약 4%에 해당하는 큰 액수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지상파 방송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현대인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대부분 지상파 방송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이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제작비 구애를 받지 않고 ‘태양의 후예’ 같은 대작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규제 완화로 인한 추가 수입을 공익적으로 활용해 그 혜택이 시청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및 프로그램 다양성 보장 차원에서 취약 매체에 대한 지원 방안 등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

콘텐츠의 질적 향상은 다시 광고 유인력을 향상시키는 선순환을 가져오고 한류와 같은 콘텐츠 수출을 가능하게 해 광고산업은 물론 방송산업 전체의 활성화를 가져온다. 요즘과 같은 고질적 장기 불황에 꼭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재원 확대 외에도 중간광고는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가 글로벌스탠더드를 갖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중간광고를 하는 대부분 해외 국가의 드라마는 중간광고 삽입을 미리 고려해 제작되기 때문에 드라마 수입국에서 중간광고를 삽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드라마는 수입국에서 중간광고를 삽입할 경우 부자연스러운 끊김이 발생해 문제가 된다. 중간광고를 하면 이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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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균형 발전이라는 면에서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광고주가 광고비를 집행할 때는 매체별 특징을 고려해 분배하므로 걱정하는 것처럼 광고 집행이 지상파 방송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은 낮다. 사실 정부 규제 울타리 밑에서 특정 매체가 보호 받는 것은 자유 시장 경제 원리에도 어긋난다. 자유 시장 경제하에서는 소비 주체의 선택 자유는 물론 공급 주체의 경쟁 자유도 보장돼야 마땅하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좋은 상품,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 팔 권리가 지상파방송에도 있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가 오히려 매체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중간광고가 양적으로 늘어나 희소가치가 떨어지면 현재 일부 독점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소위 킬러 콘텐츠에만 중간광고가 집중돼 나머지 매체들은 광고 재원이 부족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해결될 수 있다.

소비자 시청권이라는 면에서도 긍정적 측면이 있다. 중간광고는 기존 특정 부분에 몰려 있는 광고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어 오히려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넣는 것에 대한 거부감 또한 프로그램 흐름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게 하는 크리에이티브 기술만 발휘한다면 문제없다. 우리나라의 높은 광고 크리에이티브 수준을 고려한다면 이 부분도 걱정할 필요 없다. 오히려 중간에 광고가 두세 번 들어가는 것이 프로그램을 몇 십 분 계속 이어서 보는 것보다 몰입과 긴장감이 높아져 프로그램 흥미를 돋울 수 있다.

광고비 상승 우려 또한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중간광고가 효과 측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판매가가 올라가는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여타 광고의 판매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전체 광고 비용의 큰 변화 없이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오히려 중간광고가 실질적인 광고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광고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끼워 팔기, 패키지 판매 등 편법이 동원돼 광고단가가 오른 것은 아니라도 실질적 광고비는 상승한 효과가 있었다. 중간광고로 광고 물량이 늘어나면 이런 편법이 사라지게 되므로 실질적 광고비 하락 효과가 생긴다.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선정성 문제 또한 크게 걱정할 바가 못 된다. 방송은 시시각각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피치 못할 숙명이 있다. 방송사가 시청자의 평가와 선택을 의식한다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할 이유가 없다. 방송사가 알아서 질 관리를 할 것이며 오히려 어느 정도의 경쟁은 콘텐츠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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