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레일건 개발 경쟁에 뛰어들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0일 레일건 개발을 맡고 있는 미 해군 ‘수상전센터(NSWC)’를 방문,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장관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미 해군 NSWC 달그런 지부를 찾아 무기체계 개발 현황을 살펴봤다. 한국 국방부 장관이 NSWC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장관이 방문한 NSWC에서 가장 주목할 신무기는 레일건. 미래전 양상을 바꿀 수 있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전자가속포’로도 불리는 레일건은 전류가 반대로 흐르는 두 개의 전도체 사이에 텅스텐 폭탄을 끼어 발사하는 시스템. 길어야 30㎞ 남짓한 함포의 사거리를 400㎞까지 늘릴 수 있다. 발사 속도 역시 분당 12발 정도인 기존 함포보다 5~8배 높다. 포탄 속도까지 빠르다. 11㎏이 넘는 포탄을 음속 4~6배의 속도로 날릴 수 있다. 포탄 구조가 간단하고 부피도 작아 적재량도 기존보다 10배 이상 많다. 연달아 쏜다면 원거리에서도 웬만한 도시 하나는 폐허로 만들 수 있다.
더욱이 기술 발전 여부에 따라 탄도탄 요격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옛 소련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우주에서 요격하는 ‘스타워즈’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무기라 이론적으로는 미사일 요격도 가능하다고 한다. 레일건을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 사용하면 사거리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미 해군은 2년 안에 레일건을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4조8,000억원짜리 줌월트급 구축함에 달린 155㎜ 함포 2문 가운데 1문을 레일건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40㎜급 레일건을 개발·실험하고 있는 상태다. 난제는 전력 문제. 한 발 발사할 때마다 1만2,000여가구가 쓰는 전기가 필요하다. 제한된 공간에 어떻게 대용량 발전기를 설치하고 포열의 마모와 방전을 방지하는가도 난제다. 여기에 전자 시스템 보호를 위해 고열을 견딜 수 있는 냉각 시스템을 완비하는 문제를 극복한 국가는 미국뿐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레일건이 전술 상황은 물론 전략무기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서 기술을 수입할 계획이나 일단 대등한 수준까지는 독자적으로 올라가겠다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개념 연구 수준 이상에는 올라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한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레일건 등의 관련 기술 이전에 얼마나 호의를 보일지 주목된다. 레일건을 단순한 해상무기가 아니라 육해공을 망라하는 통합전 무기로 활용하려는 미군의 미래 전쟁 개념을 한국군이 얼마나 배울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