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하면 ‘머리의 한쪽이 아픈 두통’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아플 때마다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먹으며 넘기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한두통학회가 전국 14개 병원 신경과 내원 두통 환자 3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두통을 경험한 뒤 3개월 안에 병·의원을 찾는 환자는 23%에 불과했다. 37%는 3년을 넘겼고 21%는 3개월 초과~1년, 19%는 1년 초과~3년이 걸렸다.
만성편두통으로 진행된 후에야 병·의원을 찾는 환자가 그만큼 많다. 만성편두통 환자 중 의사의 진단 없이 진통제를 과다복용한 경우가 73%나 된다는 보고도 있다.
편두통의 대표적 증상은 한쪽 관자놀이나 머리 전반에 욱신거리고 뇌가 흔들리는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번에 4시간 이상, 길게는 3일 내내 주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며 속이 울렁거리거나 구토, 눈부심 현상이 동반돼 더 고통스럽다. 통증이 심하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사흘가량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는 환자도 있다.
두통일이 월 5일 이상이면 만성편두통이 될 위험도가 5배 높아진다. 편두통이 월 15일 이상 또는 3개월 넘게 월 8일 이상 나타나면 만성편두통으로 진단된다.
편두통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만성화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가족관계·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편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68%는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20~50대였다.
조수진 한림대의료원 신경과 교수는 “대한두통학회가 신경과 내원 두통 환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24%가 최근 3개월 내 두통 때문에 결근·결석한 적이 있고 47%는 출근·출석을 했지만 업무·학습능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0명 중 8명은 최근 한 달간 두통 증상 없는 날이 2주 미만, 4명은 하루도 두통 없는 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만성편두통 환자는 인구 100명당 2명(1.8%)쯤 되지만 성인인구 기준으로는 6%(여성 9%, 남성 3%) 정도로 올라간다. 성인 편두통 환자만 261만명(여성 196만명, 남성 6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는 15% 수준에 불과하다.
편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 2010년 약 48만명에서 지난해 50만5,000명으로 5.3% 증가했다. 여성이 36만여명으로 남성의 2.5배다. 이는 여성호르몬과 관계가 있으며 가임기 여성은 월경 때 편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진료인원 증가율은 남성(9.2%)이 여성(3.8%)보다 높다.
김병건 대한두통학회장(을지병원 신경과 교수)은 “우리나라에서는 만성편두통을 일시적이거나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사회생활과 가족관계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만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