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롱비치터미널 인수전' 현대상선 - MSC 2파전되나

한진해운, 지분매각 공식 발표

우선매수권 MSC 등 참여 전망

가격 놓고 '눈치싸움' 치열할듯

한진해운(117930)이 최대 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롱비치터미널 인수전에 국적선사인 현대상선(011200)은 물론 세계 2위 MSC 등 다른 글로벌 선사들이 뛰어들 것으로 전망돼 가격을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진해운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법원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 매각 협상을 맡을 해운 전문 자문사를 선정했다.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 자회사 TTI가 보유한 자산으로 미 서부 최대 항만(LA·롱비치) 중 한 곳인 롱비치의 물동량 30% 이상을 담당할 정도의 요충지로 평가된다. 주주인 한진해운(지분 54%)뿐만 아니라 2대 주주인 스위스 MSC(46%),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대만 에버그린 등 글로벌 해운사가 롱비치터미널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터미널이 위치한 롱비치항은 세계 최대 시장 미국으로 가는 관문이자 미 대륙 횡단 철도의 출발지다. 여기에 아메리카 대륙 서부와 동부를 잇는 파나마운하에 지나갈 수 있는 선박이 4,000TEU(1TEU=6m 컨테이너 1개)에서 1만3,000TEU급으로 확대되면서 롱비치터미널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롱비치터미널을 미 서부에서 동부 해안은 물론 남아메리카 동부해안까지 초대형 선박 운영할 요충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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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미주 노선을 운영하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서도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을 흡수해 초대형 국적선사로 발돋움하기 원하는 현대상선과 2대 주주이자 우선매수권을 가진 스위스 MSC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매각은 법원이 공개입찰을 통해 입찰가격(제3자 가격)이 정해지면 우선매수권을 가진 MSC가 이 가격에 지분을 사느냐 마느냐로 결정된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롱비치터미널 매각 가격은 1,000억원 수준. 입찰가격이 높을 경우 MSC는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 현대상선은 정부가 1조4,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한 선박펀드(선박신조지원프로그램)를 활용해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MSC가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게 할 적정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임종관 한국해양대 교수는 “미국은 내륙 인프라를 재건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태평양 관문인 롱비치터미널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으로 가는 항로도 구축할 수 있어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상선이 선박펀드를 이용해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특정 기업을 지원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한진해운을 잃고 나서 현대상선을 통해 롱비치터미널을 인수하면 다른 기업들에 대한 차별이 된다”면서 “부산항만공사 등 국내 항만업체들이 인수전에 참여해 항만 경영을 글로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한재영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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