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천사’ 김해림(27·롯데)이 지난 5월 8년 만의 데뷔 첫 승에 이어 이번에는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3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파72·6,800야드)의 18번홀(파4). 10m 거리에서 시작된 김해림의 버디 퍼트는 홀 가장자리를 타고 빨려 들어갔다. 모두가 두 번째 연장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김해림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비슷한 거리를 남긴 정희원(25·파인테크닉스)의 버디 퍼트가 홀 옆을 지나가면서 김해림의 통산 2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 확정됐다. 상금은 1억6,000만원. 시즌 상금랭킹 9위에서 5위(5억7,400만원)로 껑충 뛰었다.
김해림은 과거 드라이버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루에 달걀(흰자) 30개를 먹은 ‘달걀 골퍼’로 유명하다. 또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속한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데뷔 첫 승 상금 전액도 기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존 캐디가 여동생의 결혼식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임시 캐디로 나선 롯데 골프단 지유진 감독이 우승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날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1타 차 공동 3위로 나선 김해림은 정희원과 함께 5타를 줄였다.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적었는데 6번홀(파4) 이글 때부터 ‘이러다 우승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5번홀(파4) 샷 이글이 터지면서 데뷔 첫 승까지 질주했던 김해림은 이번에도 샷 이글로 우승까지 내달렸다. 73m 거리에서의 52도 웨지 샷이 홀 속으로 숨어 들어가 김해림을 단독 선두로 이끌었다. 정희원이 18번홀 버디를 잡으면서 연장에 끌려갔지만 김해림은 첫 홀에서 승부를 끝냈다. 1년 전 아픔도 씻었다. 김해림은 지난해 남촌CC에서 열렸던 이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 18번홀 보기를 적는 바람에 연장에 가지 못하고 전인지(22·하이트진로)에게 우승을 내줘야 했다.
3라운드에 1타 차 공동 선두에 올라 시즌 8승 가능성을 키웠던 ‘국내 1인자’ 박성현(23·넵스)은 버디 4개에 보기 3개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버디 이상이 나와야 할 7번홀(파5)에서 티샷 실수로 보기를 적었고 이글도 가능했던 15번홀(파5)에서 짧은 버디 퍼트마저 놓치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16언더파 단독 3위. 박성현이 역전패하기는 한 달 전 미래에셋 대우 클래식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다.
박성현은 우승은 놓쳤지만 생애 첫 상금왕은 사실상 확정했다. 상금 2위 고진영(21·넵스)과의 격차를 3억1,000만원 이상으로 벌렸다. 남은 대회는 다음 주 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포함해 3개뿐. 고진영이 3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고 박성현이 극심한 부진을 이어가지 않는 이상 뒤집어지기 어렵다. 대상(MVP) 포인트에서는 고진영이 박성현에 1점 앞선 1위를 지키고 있다. 9언더파 7위로 마감한 고진영은 박성현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상금 10억원을 돌파(10억1,200만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