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전환해 예산은 물론 업무 계획 및 평가 등에 대해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방만한 경영과 조직의 비효율 등이 도마 위에 오른 만큼 현재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는 산은에 대한 관리·감독 역할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직접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부실기업에 대한 산은의 지원이 정부의 직접 지원으로 인식돼 국제사회에서 통상 시비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산은의 구조조정 및 벤처 투자 기능 등이 심각히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현재 기타공공기관인 산은을 공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타공공기관인 산은의 공기업 전환 요건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초 공공기관운영위에서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해 국가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3개로 분류되는데 이 중 기타공공기관의 자율성이 가장 많이 보장돼 관리·감독 수위는 상대적으로 낮다.
정부가 산은의 공기업 전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대우조선 사태로 산은의 부실 감독 책임이 불거지자 정부가 산은을 공기업으로 전환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산은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감독은 금융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금융위 금융공공기관 경영예산심의회가 매년 산은의 예산과 인력, 업무 계획 등을 심의하고 경영 평가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이 공기업으로 분류되면 관리 주체가 기재부가 돼 기재부가 직접 산은의 인력과 예산뿐만 아니라 제반 사항을 모두 틀어쥐고 관리하게 된다. 공기업 편입 시 ‘공공기관 조직과 정원에 관한 지침’에 따라 산은의 주요 결정사항은 모두 기재부와 사전 협의해야 하고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기재부 이사회 승인까지 거쳐야 하는 것이다. 기재부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산은은 명실상부한 정부의 ‘대리인’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은의 공기업 전환이 산은의 주요 역할인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벤처 투자 등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산은의 지원이 국제적으로는 정부 지원으로 인식돼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 시비 등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산은의 공기업 전환이 산은 혁신 차원에서 제기됐지만 산은의 고유 업무를 고려할 때 쇄신책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면서 “산은의 역할을 볼 때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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