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정국 개헌태풍 속으로]朴 "단임제론 정책 연속성·일관된 외교 어렵다" 4년중임제 무게

후보 때부터 중임제 언급

단임제 문제점 속속 지적

각계 여론도 선호도 높아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이호재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청와대가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의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밝힘에 따라 박 대통령이 개헌 방향, 특히 권력구조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회가 개헌의 핵심인 정치체제에 대한 단일안을 신속하게 마련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이 개헌 제안권자로 나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날 박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해석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중임제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고 말했고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또한 “개헌 내용이 너무 모호하다”면서도 “중임제만 넌지시 비쳤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4년 중임제 추진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2년 11월 정치쇄신공약 기자회견에서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개헌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워낙 큰 이슈이고 모든 사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며 당장의 개헌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밝혔지만 4년 중임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은 없다.

지난해 정치권에서는 유력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원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명 인사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해 대통령을 만들어 외치를 맡기고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는 친박이 맡는다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올봄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대패하면서 이 같은 소문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한때는 새누리당이 내각제로의 개헌을 추진해 보수 세력의 일본식 장기집권을 노린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이 설 역시 4·13 총선 이후 의미를 잃었다. 특히 내각제는 민주화 투쟁을 통해 쟁취한 ‘대통령 직선’이라는 국민적 이벤트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크다. 이 같은 환경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구상한 개헌 방향은 4년 중임제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더욱 우세하다.


박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 내용 또한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둔 듯한 대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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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박 대통령은 개헌의 필요성을 열거하며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된다.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 가능한 국정과제 추진이 어렵고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주체들은 5년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해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고민은 현 정부뿐만 아니라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으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 모두가 되풀이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으니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하자는 의미보다는 ‘5년 단임제’에 문제가 있으니 이를 고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4년 중임제에 대한 선호가 높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6월 조사한 일반 국민의 권력구조 선호도에 따르면 응답자의 41.0%가 4년 중임제가 좋다고 답했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꼽은 비중은 각각 19.8%와 12.8%였다.

연합뉴스가 6월 여야 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고 답한 경우가 46.8%로 나타났다.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는 각각 24.4%와 14.0%였다.

문제는 정치권의 예상대로 박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국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4년 중임제 자체는 재적의원의 3분의2인 200명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선거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의원 임기 단축 등이 논의되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임기 내에 개헌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대두된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 교수는 “당과 당의 이해, 차기 대권 주자의 이해가 한꺼번에 걸린 문제인데 과연 박 대통령 임기 내에 국회 의결이 되겠느냐”면서 “관건은 3당과 잠룡들 모두가 동의하는 개헌안이 도출되느냐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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