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인 지난 4월만 하더라도 ‘개헌보다 경제’를 주장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개헌 제안에 정치권에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정면 반박하며 내부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고 설명한다.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보다 두 달 앞선 올해 8·15 광복절 경축사를 개헌 추진 공식화 시점으로 하자고 검토했을 정도로 내부에서는 이미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24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저는 정무수석으로 개헌에 관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언제든지 결심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개헌 준비는 김재원 전 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6월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정무수석으로 일하게 된 무렵부터 개헌에 대한 방향설정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8·15 경축사 때 개헌 제안이 불발되자 추석 연휴(9월14~18일)를 기점으로 발표시기를 저울질해왔다. 박 대통령의 결심이 선 것도 추석 연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추석 연휴 전 박 대통령에게 개헌 추진 종합보고를 했고 박 대통령은 연휴 마지막께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 김 수석은 18일 개헌 제안을 포함한 예산안 시정연설 최종원고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개헌에 말을 아꼈던 새누리당 지도부가 개헌론을 띄운 시점도 이 무렵이었다. 당시 이정현 당 대표는 조건부 개헌론을 주장했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감 후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개헌 연설은 일부 참모들도 몰랐을 정도로 청와대 안에서도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발(發) 개헌론이 확산할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최순실씨 의혹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비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수석은 이 같은 주장에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