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았다는 보도가 나와 야권이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더민주 내 비문재인계와 국민의당은 좀 더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제안한 개헌을 ‘최순실 개헌’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비문 인사들은 개헌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
친노패권주의를 지적하며 더민주를 탈당한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겪고 있는 불의한 기득권의 횡포와 정치적 비효율로 6공화국 헌법체제의 시대적 소명은 끝났다”며 “개헌은 제7 공화국을 열기 위한 필요조건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최 씨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제7공화국을 준비하기 위한 정치의 새판짜기가 헌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개헌을 정계복귀의 명분으로 삼은 손 전 고문으로서는 최순실 연설문 파문으로 급작스럽게 찾아온 개헌 논의가 중단되는 것에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신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개헌을 반대한다는데 어제도 저와 만나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보니 개헌을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제게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더민주 대표를 향해 “문 전 대표가 개헌을 반대한다고 했고 추미애 대표는 현안 문제를 해결한 후에 개헌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물리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호남 의원인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최 씨에 대한 국정농단을 지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헌해야 한다”며 “다시는 이같은 국정농단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개헌을 중심으로 제3 지대 확장을 준비해왔다”며 “박 대통령에게 개헌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긴 데 이어 그 논의마저 최순실 논란으로 여론의 반발이 예상돼 당혹해하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히려 새누리당 비박계는 개헌 논란을 멈추고 최 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대비를 이뤘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최순실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개헌 논의를 잠정 유보하겠다는 각오로 최순실 문제 해결에 당력을 집중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