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활짝 열린 콘센트에
벌이 플러그를 꽂는 순간
온 세상 환합니다
넝쿨넝쿨 잎사귀
푸르게 푸르게 밝습니다
겨울, 봄, 여름…… 점멸하는 거리
울타리 세워 담장 세워
저 멀리 가을까지 닿은 전선에
늙은 호박 골골이 환합니다
호박인 줄 알았는데 등이었구나. 울타리에, 전선에 연등처럼 주렁주렁 달렸구나. 여름내 뜨거운 햇살 푸른 잎 깔때기로 모아 살뜰히도 충전하였구나. 물과 이산화탄소면 족한 줄 알았는데 플러그가 필요했구나. 꽃은 호박꽃이라도 임이 다녀가셨구나. 단 한 번 사랑의 기억만으로도 늙은 호박 골골이 환하구나. 평생 발목을 똥거름에 담갔어도 호박죽은 다디달구나. 부기 오른 산모 일으켜 긴 겨울 건네주겠구나.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