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 빠진 후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재신청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25일 오후 3시께 백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부검영장 집행을 재차 시도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부검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유족과 투쟁본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투쟁본부와 유족들은 경찰이 2차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나선 것에 대해 “시신갈취 행위”라며 장례식장 입구 앞에 늘어서 앉는 등 경찰의 영장집행을 막아섰다.
홍 서장은 투쟁본부 법률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 등과 두 차례에 걸쳐 총 1시간여 동안 면담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경찰은 부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영장집행 협조를 요청했으나 투쟁본부는 사인이 명백하므로 부검이 필요 없다며 맞섰다.
지난달 28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부검영장은 오는 25일 자정으로 시한이 종료된다. 하지만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24일 “야간에는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경찰이 강제 집행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홍 서장도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투쟁본부가 극렬하게 저항하고 날도 저물어 야간집행으로 인한 안전사고 불상사가 우려돼 강제집행을 하지 않고 철수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명확한 사인의 규명을 위해 부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영장이 집행되지 않으면 부검영장을 재신청하는 쪽으로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검영장을 재신청하면 이번 영장에서 단서 조항으로 달린 ‘유족과 협의’가 없는 영장이 발부되길 바라는 눈치다. 영장의 단서 조항에 따라 경찰이 6차례에 걸쳐 협의 요청 공문을 보내고 지난 23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부검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유족과 투쟁본부는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는 없다”는 입장으로 현실적으로 협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홍 서장은 “경찰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고 부검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이 달렸음에도 유족·투쟁본부가 끝내 영장집행을 거부하고 정당한 법 집행을 실력으로 저지해 유감”이라며 “앞으로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등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책임은 모두 투쟁본부 쪽에 있다”고 말했다
투쟁본부는 유족이 협의를 거부하는데도 지속해서 협의 요청 공문을 보내는 데 대해 “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