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에게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발언 자료 등이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이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시민들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현재 제기된 의혹들을 해소하기에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TV를 통해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을 인정하자 놀라워하면서 이내 분통을 터뜨렸다.
대국민 사과를 지켜보던 자영업자 김모(62)씨는 “최순실이 나라를 다 좌지우지하는 게 사실이라니 진짜 기가 막힐 일”이라며 “상인들은 다 힘들어 죽겠는데 정치권에서 하는 짓을 보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8)씨도 “대통령이 본인 할 말만 하고 돌아서는데 사과보다는 변명에 가깝다고 느꼈다”며 “사태가 이렇게 커졌는데 누구를 처벌하고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대책도 없이 자기 옹호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들도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이날 사과가 의혹이 난무하는 현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고 얼버무리며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재교 시대정신 대표변호사도 “오늘 사과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며 대통령이 각종 의혹을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며 “일국의 대통령이 사적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연설문을 맡긴 것은 공적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진영 시민단체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긍정적으로 봤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이 나서 사과를 했다”고 평가했으며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도 “최순실씨 문제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온라인상에서는 “탄핵감”이라거나 “진정한 국기문란” 등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루머가 사실이었다니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