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은 피부에 울긋불긋한 피부 발진이 생기면서 그 위에 은백색 비늘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20대 전후에 처음 발생해 호전·악화를 반복하며 10~20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50만~60만명으로 추산된다. 팔꿈치·무릎·정강이·엉덩이·머리 피부 등에 잘 생기며 손·발바닥이나 손톱·발톱 등에 나타나기도 한다. 방치하면 온몸으로 번져나가며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갈라짐으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부 면역세포(T세포)의 활동성이 증가해 각질 세포를 자극, 각질 세포의 과다증식과 염증을 일으키는 게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에 대한 불편보다 건선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다. 증상 부위가 겉으로 드러나고 각질이 동반돼 전염병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래서 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적지 않다. 심한 경우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건선 환자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일반인의 2배나 된다는 미국 뉴욕대 의료센터 연구팀의 분석 결과도 있다.
건선과 피부건조증·습진은 피부각질이 일어나고 가려움증이 동반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피부건조증은 발진 증상 없이 피부가 전체적으로 푸석푸석하게 마른 상태로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다. 반면 건선은 붉고 두꺼운 각질이 발생한다. 습진은 피부 각질이 건선보다 얇고 진물이 동반될 수 있다. 습진의 일종인 지루성 피부염이 두피에 발생하면 두피 건선과 마찬가지로 각질이 비듬처럼 떨어지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다.
손·발톱에 건선이 발생하면 무좀과 증상이 비슷해 무좀약부터 바르거나 먹는 경우가 많다. 손·발바닥에 생기는 건선도 피부각질과 물집이 잡히는 증상이 무좀과 비슷하다.
그래서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하기도 한다. 건선은 재발이 잦고 호전·악화가 반복되는 만성질환이므로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조기에 발견해 연고·약이나 광선치료법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상당히 완화된다. 하지만 무좀·습진·피부건조증 등과 증상이 비슷해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증상만 악화하고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치료 과정에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도 문제다.
변지연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교수는 “경증의 초기 건선을 일반적인 습진으로 오인해 잘못 치료하다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인들은 건선의 증상을 다른 피부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피부과 전문의 상담을 받아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목욕을 너무 자주·장시간 하면 피부가 건조해지므로 가벼운 샤워 위주로 하고 비누 사용을 줄이는 게 좋다. 가렵다고 건선 피부를 긁거나 건선 껍질을 손이나 때수건으로 문질러 벗겨 내는 것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