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사면 개별소비세의 70%를 깎아주는 법안이 국회에서 4개월째 표류하면서 정부가 속 앓이를 하고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일 10년 이상 된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사면 개소세의 70%를 깎아주는 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방식으로 발의했다. 6월 말로 전체 승용차에 적용된 개소세 30% 인하 조치가 끝나면서 ‘차 판매 절벽’이 우려됐는데, 이를 완충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노후경유차의 폐차를 유도해 공기의 질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총 143만원 한도 내에서 세금을 깎아주며 법 통과 후 6개월간 시행되는 안이었다.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현대자동차의 그렌저2.4를 구입하면 126만원, 쏘나타2.0은 95만원, 아반떼 1.6은 66만원 세금이 절약됐다.
하지만 4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여야 모두 세금 할인 폭 등 일부에만 이견이 있을 뿐 법안 통과 필요성에는 공감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랐지만 국정감사 일정이 미뤄지는 등 국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며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2016년 세법개정안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 예산안과 함께 논의된다는 뜻으로 사실상 내년 1월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에 기재부는 ‘우회경로’를 검토했다.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 등을 통해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노후 경유차 폐차 후 신차를 살 경우 개소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의 개소세 할인율인 70%에 못 미치는 30%만 적용되지만 정책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하지만 암초가 있었다. 탄력세율을 적용하려면 ‘경기조절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는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재부는 법제처에 노후 경유차에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물었지만 노후 경유차는 경기 조절용이라기보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법제처는 답했다. 또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폐차 후 개소세 30% 인하 혜택을 받는 것보다 중고차 시장에 차를 파는 것이 더 이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나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물론 정부에게 ‘큰 칼’이 있기는 하다. 전체 승용차에 개소세 30%를 인하하는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승용차 개소세 30% 인하 조치를 했다. 이후 2월 초에 재인하 카드를 꺼냈고 6월 말로 종료됐다. 이 기간 중 전체 승용차 판매 증감률은 두자릿수 이상(전년 대비)의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소세 인하로 세금수입이 줄어들 수 있지만 올해 세수는 호조를 보여 세금 걱정도 없다. 올해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9조 8,000억원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는데, 이를 제외하고도 목표보다 7~8조원의 세금이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책 신뢰성 때문에 쉽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개소세를 중단했다 다시 개시하고, 또 중단했다 재개하면 개소세 인하 조치가 없던 기간에 차를 산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고 정책신뢰도도 떨어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박재원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