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004800)이 섬유·산업 자재·중공업 등 주요 사업 부문에 고른 성과를 내면서 3·4분기 누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익 규모 확대를 통한 유동성 확보로 재무구조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효성은 지난 25일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올해 3·4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013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어났다고 공시했다. 누적 매출액은 8조8,375억원으로 5.3% 감소했으나 당기순이익은 4,982억원으로 83.2% 급증했다. 이 같은 실적은 창사 이후 최대 기록이다.
효성은 주력 판매 제품인 ‘스판덱스’의 꾸준한 판매량 증가를 실적 상승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스판덱스는 속옷 등 의류에 들어가는 신축성 원사로 고무보다 탄력성이 좋아서 ‘섬유의 반도체’로 불린다. 효성의 스판덱스(브랜드명 크레오라)는 중국을 비롯해 터키·베트남·브라질 등을 거점으로 판매되고 있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올해 4·4분기에는 섬유 사업이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고수익 제품 판매 비중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 자재 부문에서는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이어코드는 자동차 타이어의 보강재로 쓰이는 제품으로 효성이 세계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초고압 전력 분야(변압기·차단기 등)에서도 고수익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라는 게 효성 측의 설명이다. 특히 오는 4·4분기에는 신설 가동 중인 인도 푸네 지역 공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효성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부채 비율은 지난 2014년 말 185%에서 올해 3·4분기에는 129.3%로 많이 줄어들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 비율도 264.9%를 기록해 2014년(371.9%)과 비교해 10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주가는 실적 호전과 외국인의 매수세를 탕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한달 동안 외국인은 15만7,934주 순매수하며 주가를 13만원대에 안착시켰다.
효성은 올해 4·4분기에도 이익 규모가 확대되고 현금 흐름이 개선되면 재무구조가 추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효성의 4·4분기 영업이익은 2,5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목표주가 투자의견은 ‘매수’를 제시했고 17만5,000원으로 잡았다.
효성은 앞으로 탄소섬유·폴리케톤 등 신소재 개발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효성이 자체적으로 국내 최초 개발에 성공한 탄소섬유는 철과 비교해 무게는 25%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신소재다. 등산지팡이·골프채를 비롯해 자동차용 구조재·우주항공용 소재 등 철이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탄소섬유의 시장 규모는 연평균 1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효성 측의 설명이다. 또한 효성이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폴리케톤은 올레핀과 일산화탄소를 원료로 하는 친환경 소재다. 나일론보다 내마모성·내화학성 등이 뛰어나 미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효성은 지난 10년 동안 폴리케톤 개발에 약 50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한 상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1·4분기부터 효성의 폴리프로필렌(PP) 신공장의 생산 실적이 반영되고 이후에 중국·터키 지역의 스판덱스 물량이 늘어나게 되면 이익이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