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퇴직 임직원의 구조조정 기업 재취업이 전면 금지된다. 수출입은행은 여신한도를 2005년 수준으로 줄이는 한편 현재 10명인 부행장을 2명으로 줄인다.
산은과 수은은 3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불거진 국책은행 쇄신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인력 감축과 내부 감시 기능 강화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우선 산은은 31일 출자회사의 방만 경영을 방치했다는 그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퇴직 임직원의 상근·비상근직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앞서 6월 발표한 혁신안에서는 ‘예외적으로 심사를 통해 허용한다’는 단서를 붙였으나 이 조항을 없애 임직원의 구조조정 기업 재취업 통로를 아예 봉쇄했다. 현재 구조조정 기업에 재취업한 산은 출신은 15개 기업, 16명으로 이를 2019년 3월까지 ‘0’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시장가격’ 매각 원칙을 만들어 132개 출자회사에 대한 매각에도 속도를 낸다. 출자회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벤처 회사의 경우 매입가보다 현재 가격이 떨어져 헐값 매각 논란이 매각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매입가보다 낮더라도 현재 시장가격으로 매각한다는 원칙을 정관에 명시한다. 이에 산은은 보유한 132개 출자회사 중 올해 95개 출자회사를 매각하고 내년 37개를 추가로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KDB생명에 대한 매각을 내년 2월 마무리하고 대우건설도 내년 초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아울러 산은은 구조조정 기업에 파견하는 경영관리단의 자격 요건을 새로 만들고 출자회사관리위원회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비슷한 수준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갖추도록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2021년까지 10%의 인력을 감축하고 보수를 삭감해 351억원을 절감하는 등 총 4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거액의 적자를 낸 수은은 부실여신관리를 혁신안의 골자로 삼았다. 수은은 부실여신을 막기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장도 사외이사가 맡도록 했다. 여신관리에 방패막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신용평가 3심제’를 도입해 여신부서와 심사부서가 1·2차 신용평가를 하고 여신감리실에서 3차로 부실여신을 필터링한다.
특정 기업·계열에 대한 과다 여신을 제한하기 위해 동일인과 동일차주에 대한 자기자본 대비 여신 한도를 현재 60%(동일인)와 80%(동일차주)에서 2005년 수준인 40%와 50%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신용공여한도를 낮춰 대우조선과 같이 특정 기업에 대출이 집중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수은 조직은 대거 개편된다. 오는 2018년까지 현재 9개 본부를 7개로 축소하고 2018년 6월 임기 종료에 맞춰 상임이사를 2명에서 1명으로 축소한다. 다만 구조조정 역량 강화를 위해 기존 구조조정단은 본부로 격상하고 인력도 15% 증원한다. 구조조정단이 본부로 격상되면서 경제협력과 남북협력 본부를 하나로 통합한다. 본부의 축소에 맞춰 2명의 부행장이 줄어들고 나머지 6명의 부행장은 본부장으로 직위가 변경돼 수은 부행장 수는 현재 10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다. 팀장급 이상의 조직관리자는 2020년까지 10% 감축하고 전 직원의 정원도 올해 962명에서 2021년 914명으로 5% 감축하는 등 자구노력으로 300억원가량을 절감한다.
또 수은은 상반기 때 발행하려다 좌절된 조건부자본증권 발행도 재추진한다. 1조원의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약 0.7%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책은행 쇄신안이 현재 산은과 수은이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맡으며 정부 당국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구조 속에서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산은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혁신안에 많은 방안을 담으려고 했지만 정부 대리인 역할을 규정하고 있는 산은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혁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