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달 30일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이튿날 SK그룹 대관 담당 박모 전무를 조사했다. 박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K스포츠재단의 투자 요구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현식 사무총장은 지난 2월29일부터 4월20일까지 SK그룹을 세 차례 찾아가 80억원의 투자를 요구했으나 SK그룹이 30억원을 역제안했고 최순실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는 SK텔레콤이 공정위에 기업결합 허용을 요청한 지 140일째 되던 날로 ‘조건부 허용’이 유력하던 때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뚜렷한 이유 없이 심사를 미루다 7월4일 이례적으로 불허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의견제출 기간 연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는 등 형식적인 반론권 보장조차 거부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또한 방송통신정책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심사가 늦다’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케이블 업계의 불만을 샀다.
청와대 수석 가운데 인수합병에 반대한 KT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혹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인수합병을 저지하려 했던 경쟁사 KT에는 차은택씨와 친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수씨가 IMC 본부장(전무)으로 재직했고 2∼9월 차씨가 KT 영상 광고 6건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또 7월 말에는 KT가 승마·경마 등 말 산업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겠다며 현명관 씨가 회장인 한국마사회와 38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가 불허 결정을 내린 지 석 달 만인 10월 미래부는 공정위의 불허 근거를 뒤집는 내용으로 유료방송 정책 추진을 발표하며 정책 혼선을 더했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을 권역별로 나눠 각각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다는 근거로 불허했는데 미래부는 전국을 기준으로 시장을 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최순실씨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는 만큼 업계에서 도는 단순한 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의 결론이 지연되던 당시에도 이해관계가 있는 공중파 방송사를 비롯해 통신 업계에서 갖가지 유언비어를 퍼뜨렸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불허 결론은 SK의 투자 무산이 이뤄진 후에도 3개월을 끌다 이뤄졌고 차은택씨나 이동수씨도 각각 과거부터 KT와 관련해 일을 했기 때문에 단순히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원회의에서 공정위 사무처는 불허 결론을 올렸고 위원들도 그동안 법원 판례를 고려하면 권역별 시장 획정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여서 이에 대한 반론은 별로 없었다”고 지적했다.KT측도 “마사회와 체결한 사업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 없는 자체 판단에 의해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