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첫사랑

- 서정춘作





가난뱅이 딸집 순금이 있었다

가난뱅이 말집 춘봉이 있었다

순금이 이빨로 깨뜨려 준 눈깔사탕

춘봉이 받아먹고 자지러지게 좋았다


여기, 간신히 늙어버린 춘봉이 입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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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이 이름 아직 고여 있다

가난해서 순금이, 추워서 춘봉이. 이름만이라도 금빛이요, 봄빛으로 지은 건 아니었을까. 오죽한 살림, 여북한 이름들에도 첫사랑은 깃드는구나. 가난해서 찬란한 건가, 가난해도 찬란한 건가. 말똥 내음 진동해도 향기롭더니, 칠십 년 녹여먹다 사랑니 무너진 자리에도 고여 있구나. 덩달아 꿀꺽 침을 삼켜도 당신 입안에 새로 고이는 이름 하나 있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을 녘 찬 서리에도 단풍이 홍조 띤 까닭을.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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