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진 합참의장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의 1일 합동 기자회견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는 대북 경고, 두 번째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 수행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보인다.
먼저 한미 양국은 이번 회동을 통해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확인했다. 이순진 의장은 괌에 전개된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을 현장에서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합참의장이 미국의 전략 자산을 둘러봤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에는 경고가 될 것”이라는 브룩스 사령관의 말처럼 괌 기지 전략 자산의 타격 능력은 막강하다.
B-1·B-52전략폭격기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착 핵잠수함은 말 그대로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순진 합참의장과 브룩스 사령관이 공동기자회견의 배경으로 삼은 전략 핵잠수함 펜실베이니아호(SSBN-735) 한 척만으로도 북한 지도부와 핵시설 등을 일거에 없앨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호에 탑재된 24발의 SLBM ‘트라이던트 D-5’ 미사일은 각각 8~12개 자탄으로 분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92~288발의 핵탄두가 북한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끌어다 쓴다는 의지도 밝혔다. 브룩스 사령관이 “한반도 위기상황이 초래될 경우 한반도의 해상에서, 해안에서, 그리고 공중에서, 필요하다면 영토에서 우리의 전략 능력을 투사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수 있으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지상배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브룩스 사령관이 전쟁을 강조했다는 점. 그는 “북한은 계속해서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더욱더 준비태세를 다져나감으로써 어떠한 도전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겠지만 전쟁을 해야만 하는 그런 순간에 대해서는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현재의 방향으로만 나아갔을 경우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사후 결과에 대해 책임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지만 미묘한 시기에 자극적인 발언이 나왔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의원(정의당)은 “모두가 불안감을 갖고 있는 시기에 주한미군까지 ‘전쟁’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내용이야 군인으로서 말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시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브룩스 사령관이 굳이 전쟁 가능성을 강조한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국정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줄을 잇는 가운데 안보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 자칫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과 배치 장소 변경에도 입김을 행사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모든 게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강성 발언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미국이 강력 추진하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전초격인 한일군사정보교류협정 등이 최순실 사태로 지연될 수도 있는 상황. 안보 환경이 엄중하다는 점을 강조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이순진 합참의장의 괌 방문은 급조된 사안이 아니지만 미군은 이 자리를 빌려 국내에 일정한 정치적 영향을 행사하려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