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최순실 게이트] 끝까지 가겠다는 이정현...여 내분 증폭

"부족한 당 대표 도와달라"

연석간담회서 사퇴 거부

이정현 "내가 도둑질했나"

정병국 "싸우자고 모였나"

회의 초반부터 감정 격앙

자리 박차는 김무성    김무성(뒷모습) 새누리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정병국 의원의 언쟁을 지켜보다 자리를 박차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자리 박차는 김무성 김무성(뒷모습) 새누리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정병국 의원의 언쟁을 지켜보다 자리를 박차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당내의 커지는 사퇴 요구에 ‘불응’했다. 2일 오전9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다. 전날 당내 비주류는 물론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5명이 한꺼번에 나서 사퇴를 촉구했지만 이 대표는 “부족한 당 대표에게 많은 능력을 보태달라”며 거듭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석간담회에서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지도부 총사퇴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좋을 때는 좋은 대로, 위기일 때는 위기인 대로 하나씩 헤쳐나가고 극복해나가고 수습해나가는 게 공동체이고 당 조직”이라며 “중진 의원들께 지혜를 좀 나눠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당의 유력 대선주자 5명이 나서 비주류의 사퇴 주장에 힘을 실어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당 안팎에서는 ‘어떻게 당이 이렇게 돌아가느냐’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이 대표의 사퇴 거부로 당내 분란은 확산될 조짐이다. 실제 이날 회의는 처음부터 지도부 사퇴론이 쏟아지면서 설전이 벌어지는 등 난장판이 됐다. 특히 이 대표와 지난 8·9 전당대회 당시 당권 경쟁자였던 비주류 정병국 의원은 감정 섞인 언쟁까지 벌였다. 정 의원은 “안타깝지만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길은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 체제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이 대표가 그동안 어떻게 말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거론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게 여론이고 사태를 수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얘기를 하라”면서 “무슨 내가 도둑질이나 해먹은 것처럼 오해를 할 수 있게 말하는데 그런 발언은 공식 석상에서 적절치 않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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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언론도 다 있으니 구체적으로 이정현이 뭘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얘기하라”고 거듭 다그쳤고 정 의원이 “대표이기 때문에 제가 자제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치자 “자제하지 말고 제가 원하니까 말하라. 아니면 그 말을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이 “여기 싸우자고 모인 게 아니지 않느냐”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 대표는 “국민, 국민, 하시는데 국민에게 얘기하라. 내가 어떤 도적질을 했다는 것이냐”며 거듭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중진 의원 대다수는 최악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현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의원은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당적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주류인 홍문종 의원이 이 대표를 거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홍 의원은 “이 정도 얘기했으면 대표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면서 “30만 당원이 뽑은 당 대표인데 물러나라, 물러나지 말아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엄호에 나섰다. 이 대표도 “잠 오는 약을 먹어도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힘들고 어렵고 겁난다”고 호소하면서 “제가 자리에 연연해 한다고 보느냐, 우선은 위기를 수습하고 수습 후에도 이런 주문을 한다면 그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비박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 퇴진 요구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지도부 사퇴를 놓고 당이 둘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아직은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주류들은 현 지도부가 사퇴하면 차기 유력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중심의 당 지도부가 꾸려질 것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하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주류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비주류의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참석했으나 공개발언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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