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단에서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새 장을 연 최고령 화가 한묵(1914~2016·본명 한백유) 화백이 지난 1일 오전10시30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생앙투안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2세.
고인은 한국 추상미술 1세대 작가로 이중섭·김환기·유영국·장욱진·이응노 등과 교류하며 현대 미술의 태동을 이끌었다.
1914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 화백은 일본 가와바타미술학교를 졸업했다. 6·25 때 종군화가로 활동하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고 가장 친한 친구이던 이중섭을 청량리병원에 입원시키고 사후에 시신을 수습한 일화가 전한다. 1950년대 주요 재야단체의 하나인 ‘모던아트협회’에서 활동했고 1955년 당시 홍익대 미대 학부장이던 김환기의 추천으로 홍익대 교수가 됐다. 그러나 안정된 자리를 마다하고 1961년 홀연히 프랑스로 떠났다.
파리로 가 ‘회화 속 공간’의 문제에 천착하던 작가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계기로 꿈틀대는 듯한 역동적인 우주 공간을 화폭에 구현했고 ‘한국 기하추상의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고 2011년 대한민국예술원상(미술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