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일 김병준 신임 총리 지명 인사를 ‘깜짝’ 발표하면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 비서실장 대행조차 미리 알지 못했던 ‘깜깜이 개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최순실 게이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청와대가 인사를 발표해 당청 간 엇박자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인사를 발표한 이날 오전9시30분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당 지도부 사퇴 등에 대해 한창 논의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총리 임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승민 의원은 발언을 끝내고 회의 도중에 자리를 떠났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하는데 (개각 발표가 나와) 당혹스럽다”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정병국 의원도 이정현 대표에게 “대통령이 총리를 발표했는데 이것을 사전에 알았느냐”고 따진 뒤 “우리가 백날 떠들어봤자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진언하고 중지를 모아 말씀을 전하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이 회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 역시 개각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부정하고 부인한다면 그건 노무현 정부를 부정하고 부인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발표를 사전에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총리 임명 발표는) 나도 여기 와서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박명재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인사 문제는 (이 대표가) 말씀을 안 하시는데 당연히 교감이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청와대의 깜짝 인사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대통령비서실장을 대행하고 있는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인사 내용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은 “어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총리 인선안을 언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렸는지 묻자 “이번에는 아마 그 안에서 했는지…”라며 인사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