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립하는 운동이 추진돼 논란이 예상된다.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출범식을 열고 “내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동상 설립을 비롯한 다양한 기념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추진위가 밝힌 핵심 기념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년부터 광화문광장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추진위는 “박 전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을 합친 정도의 위인”이라며 광화문광장에 동상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도 “광화문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서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설 수 있다는 취지에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박근혜 정권에서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홍원 전 국무총리,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남유진 구미시장 등 전현직 주요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추진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개회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끈 부국혁명은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내년 11월14일은 위대한 지도자 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선진화의 초석이 되었다는 사실을 온 국민과 함께 기리고 추억하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진위의 동상 설립 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 1,4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알려졌다”며 “수백조의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비통함에 빠진 국민들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직장인 정모(43)씨도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서 있는 광화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발상 자체부터 받아들일 수 없다”며 “또 다른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추진위는 동상 설립 이외에도 내년에 특별기획전과 국제학술대회, 추도식, 음악회, 총서 발간, 휘호 실기대회, 국민 백일장 등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수많은 행사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