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럴까. 테마파크가 디즈니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세계테마엔터테인먼트협회(TEA) 자료에 따르면 입장객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 순위에서 에버랜드는 14위, 롯데월드어드벤처는 16위였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모두 연간 700만명 이상을 유치했다. 집계된 20위권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9개, 일본이 4개, 중국 2개인 데 이어 한국은 4위(2개)다. 인구비례로 보면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더욱이 우리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관광산업이 휘청거릴 때다.
이들 할리우드식 다국적 테마파크가 한국 시장을 무시했던 것은 아니다. 시도는 많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경기도 화성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한국판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이유는 대개 규제와 사업비 조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국내 규제가 강하다고 하지만 국산 테마파크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이 수익과 다소 무관했던 것이 강점이긴 했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는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들의 자회사다. 이들 재벌은 경제성에는 다소 못 미치더라도 그룹의 간판으로 테마파크를 키웠고 그 결과가 현재의 성공이다. 또 다른 테마파크인 서울랜드는 서울시 소유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단순히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산 테마파크는 이런 무한경쟁을 못 견디는 것이다.
표류하고 있는 강원도 춘천의 ‘레고랜드’ 사업도 마찬가지다. 다른 외국산과 차이 나는 점은 레고랜드가 귀중한 우리 유적을 깔고 앉아 있다는 것이다. 예정부지인 의암호의 섬 중도에서는 2013년 이후 지표조사를 통해 청동기시대 환호와 주거지 882기, 수혈 360기, 분묘 94기 등 무려 1,360여기의 유적이 나왔다. 기원전 14~11세기라고 고조선 때 유적이다.
그래도 레고랜드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2011년 시작된 사업이 현재도 터 닦기 과정이다. 사업비 조달 문제로 2014년 11월 기공식을 한 레고랜드가 2년이 흐른 지난달 7일에야 호텔에서 착공 보고회(착공식은 아니다)를 열었다.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외국산 테마파크가 결과적으로 최고(最古)·최대(最大)의 유적만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유적이 처음 발견됐을 때 사업이 중단됐어야 했다. 하지만 개발을 원하는 지자체의 욕심을 문화재 당국이 막지 못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유적보존 담당인 문화재청이 레고랜드 개발업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질의에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힘이 없습니다”라고 자조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디즈니·레고류의 테마파크 집착을 버리고 한국적인 테마파크를 구상해보자. 고조선 유적을 활용해 중도에 레고랜드 대신 ‘고조선랜드’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이런 흔하지 않은 이런 유적 자체가 엄청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관광산업에도 막무가내 개발시대가 저물고 있지만 춘천에서는 아직 딴 나라 이야기다. /chsm@sedaily.com